밥 먹다 긴급 대피…뉴욕은 '벌떼와 전쟁 중'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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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도심에 출몰하는 벌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가운데 19일 뉴욕에 있는 세인트 존 디바인 대성당의 마크 시스크 사제가 성당내에 양봉장을 허용하고 꿀벌 축성식을 하고 있다. [AP]

뉴욕시가 도심에 수시로 출몰하는 벌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달리는 차량의 백미러에 수천마리가 달라붙어 일가족이 몇시간 동안 차안에 갇히는가 하면 레스토랑 입구를 점령한 벌떼로 야외에서 식사하던 손님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도 빚어진다.

1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뉴욕 도심에서 발생하는 벌떼 습격 사례는 예년의 2배에 달한다. 뉴욕경찰의 벌떼 전문 요원인 앤서니 플라나키스는 지난 3월 중순 이래 지금까지 맨해튼을 비롯한 뉴욕시의 5개구에서 총 31차례나 벌떼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 일을 전담하기 시작한 1995년 이래 가장 바쁜 한해를 보내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뉴욕에서는 통상 벌떼가 4월 중순부터 7월까지 출몰하는데 올해는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3월부터 시작됐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뉴욕이 사상 4번째로 따뜻한 겨울을 보낸데다 봄이 서둘러 시작되면서 벌이 번식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상고온에서는 벌의 번식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양봉장을 미리 확장했어야 하는데도 일부 업자들이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이 벌떼의 대대적인 '가출'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뉴욕의 양봉업자들은 2006년 이래 매년 손실을 겪었다.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매년 30%의 벌이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시당국은 10년간 금지했던 꿀벌종의 사육을 2010년부터 다시 허가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양봉업에 뛰어들었지만 다수는 경험이 없고 양봉장 관리도 허술하다. 그렇다 보니 비좁은 양봉장을 뛰쳐나와 아예 도심 지붕이나 뒷마당 발코니 등지에 정착한 벌떼도 적지 않다.

현재 뉴욕시에는 114명의 양봉업자와 182곳의 양봉장이 등록돼 있지만 지주나 이웃 모르게 운영하면서 신고를 하지 않은 곳이 많아 실제 양봉장은 4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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