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바뀔 MBC의 속사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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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지난 23일 신임 사장에 김중배(金重培)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전격 내정한 것은 뜻밖의 '일'이다.

그동안 후임자로는 고진(高進) 목포MBC 사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말이 나돌았다. 최근 10여년간 MBC 출신이 사장을 맡아왔고, 金대표가 비방송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일단 의외임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이번 결정은 방문진의 '작품'이란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에선 내심 高사장을 바랐지만 평소 정부와의 교감을 통해 사장을 내정해오던 방문진이 처음으로 제 목소리를 냈다는 해석이다.

방문진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MBC노조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모 지방사 사장 등이 정치권 줄대기로 사장에 선임될 경우 '주총 무효투쟁'에 돌입할 것" 이라고 밝히는 등 高사장에 대해 우회적이지만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해왔다.

문제는 金대표의 내정이 과연 정부와의 교감없이 방문진의 자체 판단으로 이뤄졌는가 하는 점이다. 방문진 이사들이 23일 金대표를 찾아가 사장 내정 사실을 통보하면서 수락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는 점을 들어 자체 판단에 무게를 두는 해석도 있다.

이 해석이 맞다면 일종의 '쿠데타' 인 셈이다. 金대표는 24일 오후 "방문진의 혁명적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는 차원에서 기꺼이 짐을 지겠다"며 사장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高사장이 선임되길 바랐던 정부로선 방문진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도 그렇고, 안 받아들이기도 그런 묘한 상황이 됐다" 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金대표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金대표 내정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완전히 갈렸다. 민주당은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정론과 언론자유를 신장시켜 나가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시민단체를 앞세워 언론개혁을 시도하려는 음모"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인사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외곽 때리기'식 언론장악 시도라고 규정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25일 "현재 KBS·YTN·연합뉴스·대한매일 등 공영언론 사장이 모두 호남출신"이라며 "광주출신인 金대표를 MBC사장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공영언론 장악음모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미경(李美卿.문화관광위 소속)의원은 "金대표는 1974년 동아투위 사건때 부터 언론개혁과 발전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방송발전과 언론의 자율적 개혁을 위해 아주 적합한 인선"이라고 반박했다.

MBC노조는 "金대표의 개혁 성향은 평가하나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보겠다" 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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