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밥값 공짜에 용돈도 주는 수상한 병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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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안의 노폐물과 독소를 걸러주는 신장은 한번 망가지면 이식을 받지 않는 한 평생 인공투석을 해야 한다. 환자들의 육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경제적 부담도 매우 크다. 이들 신장 투석환자를 돈을 주고 사고파는 불법 병원들이 있다고 JTBC가 19일 보도했다. 신장 투석 치료를 할 때 환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아도 건강보험공단의 보험수가를 받을 수 있어 병원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부천의 한 병원. 환자에게 돈을 받지 않고 인공 투석을 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사실 저희도 비공식적으로 본인부담금을 안 받고 있어요. 약값은 무료고요"라고 말했다.

1주일에 세 차례, 5만원의 투석비용이 부담스런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 병원은 환자들에게 식사도 무료로 준다. 병원 관계자는 "끝나시고 식사하고 가시는 거죠. 끝나고 식사할 수 있어요. 투석 중에도 식사드리 거든요"라고 했다.

서울 강서구의 또 다른 병원. 돈까지 준다며 환자들을 유혹한다. 서울 강서구 혈액투석병원 관계자는 "저희가 무료투석병원이고 환자들에 대한 부담은 없습니다. 저희가 일부 지원금이지만 조금 해드릴 수는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진료비를 받지 않고 식사를 제공하고 돈까지 주는 것 모두가 의료법 위반, 불법이다. 전직 무료투석 병원 원장은 "거기서도 적자를 내겠냐고. 약 싼 거 들여오고 의사도 전문의가 아니라, 우스운 선생 갖다 놓고 제대로 투석이 되냐고"라고 반문했다.

취재사실을 밝히자 병원 관계자는 화부터 낸다. 이 병원 관계자는 "우리만 합니까? 다하지. 여기와서 할 것도 없어요. 다른 데도 많은데 왜 그래?"라고 오히려 따졌다.

의료법 위반 사항을 지적하자 발뺌한다. 부천 무료투석 병원 관계자은 "(식당은) 직원들 식당이에요. 우리 병원 같은 경우엔 검찰에 조사를 받고 해서 지금 만약에 병원에서 돈을 주거나 식사를 주면 걸리면 우리 병원은 끝이라니깐"라고 말했다.
부천의 무료투석 병원은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에서 불법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무료투석이 환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생명까지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이 병원에서는 투석 도중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환자가 숨졌다. 숨진 환자의 친구는 "아침에 투석받는데 그 병원에서 조치를 안 해주는데 간호사들 뭘 알아요. 심폐소생술을 간호사들이 하고"라고 지적했다.

환자가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면서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의사는 휴가를 이유로 병원을 비운 상태였다. 혈액을 걸러주는 필터를 재사용하거나 저질 투석액을 사용하는 병원도 있다.

이창화 한양대의대 신장내과 교수는 "무료투석을 하다가 갑자기 응급실로 왔는데 체중관리도 안되고 폐에 부종도 생겨서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신 분도 있습니다"고 말했다.

안효성·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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