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영화] KBS1 '울프'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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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1 '울프'

늑대인간은 드라큐라와 함께 서양 공포영화의 단골소재다. 낮에는 사람으로 활동하다 밤이면(특히 보름달이 뜰 때) 늑대로 돌변하는 늑대인간을 다룬 영화로는 '런던의 늑대인간' (존 랜디스 감독.1981년작), '파리의 늑대인간' (앤서니 윌러.97년작) 등이 유명하다.

'졸업' 으로 1967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울프' 또한 늑대인간이란 서양 공포물의 고전적 모티브를 차용했다. 하지만 니콜스 감독의 연출력과 잭 니콜슨.미쉘 파이퍼 등 할리우드의 뛰어난 배우, 그리고 특수영상이 결합하면서 제법 차별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미국 뉴욕에 있는 맨해튼 출판사의 편집장인 윌 랜덜(잭 니콜슨). 실직의 위험에 빠진 그는 눈 내리는 밤에 차를 몰다가 늑대를 친다. 그리고 죽은 줄로 알았던 늑대에게 물리고 만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코네의 선율이 흐르면서 이렇게 시작되는 '울프' 는 이후 윌의 신체에 일어나는 변화와 함께 윌이 우연히 만난 출판사 사주의 딸 로라(미쉘 파이퍼)와 사랑에 빠지면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을 긴장감 있게 잡아낸다.

청각.후각 등 오감이 예민해지고, 남다른 정력이 솟아나는 윌. 밤에는 늑대로 변해 사람마저 해친다. 로라는 이같은 윌을 정상인으로 되돌리려 노력하지만….

인간의 정상적 모습과 늑대의 야수성이란 이중적 성격을 훌륭하게 소화한 잭 니콜슨의 연기가 볼 만하다. 94년작. 원제 The Wolf.★★★★

■ EBS '맥심'

1910년대 프랑스 상류사회를 소재로 그들의 생활상.사랑관 등을 보여준다. '보석강도' '25시' 등을 연출한 프랑스 감독 앙리 베르누이의 작품이다. 깔끔한 외모와 매너로 상류사회 여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맥심(샤를르 보이어)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그려냈다.

맥심은 경마.여자 때문에 파산한 중년남자.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한 부자 청년의 도움을 받으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청년이 외모는 아름다우나 성격이 거만한 여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온다. 반면 맥심은 오히려 그 여인과 연인이 되는데…. 이들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일그러진 상류사회를 꼬집고 있다. 1958년작. 원제 The Maxim.

■ MBC '꽃을 든 남자'

'연애의 기초' '고개 숙인 남자' 등 일련의 서정적 TV드라마로 이름을 날렸던 황인뢰 PD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작품. 유려하고 섬세한 화면, 절제된 대사 등으로 TV드라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황PD의 색깔이 짙게 묻어있다.

'고개 숙인 남자' 의 주찬옥 원작에 '연애의 기초' 의 황선영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는 등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지만 영화로선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나이트클럽 웨이트리스(심혜진)와 전성기가 지난 시나리오 작가(김승우)의 순박한 사랑을 통해 각박한 일상에 희망을 준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TV드라마의 잔잔한 구성을 뛰어넘어 영화적 긴박감을 구현하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97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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