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계속된 '때리기'에 안철수 결국 버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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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영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단일화 대상인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이 자신을 향해 ‘까칠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게 발단이 됐다. 어지간한 ‘안철수 때리기’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안 원장의 대변인 격인 유민영 한림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19일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근래 민주당 일부 인사의 발언은 안 원장에 대한 상처 내기”라며 “그런 발언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신뢰를 만든다”고도 했다.

 안 원장 측의 이런 반응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민주당의 유력 주자들이 안 원장에게 잇따른 견제구를 날리자 일종의 경고를 해 둘 필요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직 대선 레이스 참여를 선언하지도 않은 마당에 경쟁자들의 흠집 내기로 상처를 입혀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최근 안 원장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13일 “ 한 개인이 아무리 탁월해도 국정을 잘 이끌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소속 후보가 국정을 맡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다. 정당 기반이 없는 안 원장을 겨냥한 말이었다.

 손학규 상임고문도 18일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실명을 입에 올리진 않으면서도 그를 암시해 ‘허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손 고문은 “아무 실상도 없는 이미지만 갖고 (안 원장과) 공동정부를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 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도 12일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초청간담회에서 “나는 전통 있는 민주당이라는 정당 지지 기반이 있다. 민주당의 힘이 하나로 모여 후보가 선출되는 것과 (정당 기반이 없는) 안 원장과 비교될 수 있겠느냐. 내가 질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안 원장 측의 이런 반응에 대해 출마 선언시기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징조라는 분석이 많다. 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에 나오지 않을 거라면 비판에 발끈할 이유도 없다”며 “‘곧 나갈 테니 보채지 말라’는 신호 아니겠느냐”고 했다.

 특히 “민주당 일부 인사의 발언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하기 바란다 ”고 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범야권주자들끼리 집안싸움을 벌여 봤자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만 좋은 일 시키는 게 아니냐’는 말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새누리당에 맞서 민주당과 야권연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 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안 원장 측의 표현이 다소 거칠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단일화 경선과 본선에서 무차별적인 검증 공세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자들의 몇 마디 지적을 두고 ‘상처’라고 표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양원보 기자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의 안철수 원장 언급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민주당이 힘 모아 후보 내면 지금 지지율 비교 안 될 것. 안 원장에게 질 수 없어” (6월 12일 정치개혁모임)

김두관 경남도지사 “무소속 후보가 국정을 맡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개인이 아무리 탁월해도 국정 이끌기 쉽지 않아”(6월 14일 본지 인터뷰)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허상일 수 있는 이미지 갖고 공동정부 구성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가 바보냐. 콘텐트가 이미지 이길 것” (6월 19일 본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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