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급한 불에 밀린 ‘뜨거운 지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환경 정상회담 ‘리우+20’의 개막을 이틀 앞두고 환경운동가들이 “리우+20.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무슨 낯으로 올 거요?”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라질은 아마존강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댐을 건설 중이다. [리우데자네이루 AP=연합뉴스]

유로존 경제위기의 그늘이 환경 문제에도 드리우고 있다. 20일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저탄소·자원 효율적 ‘녹색경제’와 국제 환경기구 창설을 의제로 120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리우+20’ 회의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제임스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주요 정상은 불참한다.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발등의 불’이 ‘더워지는 지구’보다 급했던 것이다.

 20년 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1992년 리우에서 처음으로 유엔 환경개발회의가 열렸을 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세계 첫 대규모 환경 관련 정상회의는 성과도 냈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면서 개발하기 위해 세계가 협력하자는 역사적인 ‘리우 선언’과 지구온난화 방지 협약 등이 채택됐다. 환경 문제에 대한 세계 공조의 첫걸음이었다. 대선을 이유로 불참했던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리우에서 2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유엔 지속가능발전회의(리우+20)에선 환경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회의에 이어 10년에 한 번씩만 열리는 중요한 회의지만, 유로존 위기와 중동의 시리아·이집트 사태 등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과 달라진 세계 경제 구도도 걸림돌이다. 92년에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 7개국(G7)이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약 70%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G7의 GDP는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반면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의 GDP는 전체의 20%를 넘어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중국이 세계 1위, 인도가 세계 3위다. 리우+20이 열리는 브라질의 경우도 최근 10년 동안 경제가 급성장한 만큼 환경보다는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신흥국은 “아직 우리는 ‘남쪽’(저개발국)에 속하니 선진국처럼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원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진국과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은 늘어난 부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환경 파괴 우려가 있는 대규모 건설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최근 “중국이 케냐의 투루카나 호수를 황폐화시킬 수 있는 대규모 댐 건설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 투자는 지난해 17억 달러(약 1조9600억원)로 2005년의 4배에 이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