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꼭짓점 찍었나 … 주가·실적 전망 하향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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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기세 등등하던 ‘대장주’ 삼성전자가 이제 정점을 지난 것일까. 유럽 위기가 고조되면서 최근 주가가 120만원대를 맴도는 가운데 목표주가나 예상 실적을 낮추는 분석가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달까지 뒤질세라 목표주가 올리기 경쟁을 벌였지만 요즘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19일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의 195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낮췄다. 이 회사는 올 1월에 150만원, 3월 165만원, 4월 195만원 등으로 올 들어서만 세 번이나 목표주가를 올렸다. 서원석 한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세계 수요가 줄어들어 반도체 부문 실적이 좋지 않고, 경쟁사의 밸류에이션(적정 기업가치)도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낮췄다”고 밝혔다. 주가와 함께 실적 전망도 내렸다. 그는 2분기 예상 매출액을 기존 50조4000억원에서 49조2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을 7조1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각각 내렸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높은 목표가 200만원을 제시했던 동양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낮춰 잡았다. 기존에는 2분기에 7조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6조6500억원으로 6% 내렸다. 수출주인 삼성전자의 실적에 직접 영향을 주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했지만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영업이 이보다 더 부진하다는 설명이다. 동양증권의 원화가치 전망은 2분기에 5%, 연평균으로는 3% 낮아졌다. 하지만 환율로 인한 이득보다 반도체 부문의 가격 하락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박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에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D램 제조 원가 절감이 예상만 못했다”고 밝혔다.

 19일 삼성전자 종가는 124만4000원. 지난 4월 말의 140만원대에서 20여만원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전망치를 낮춘 두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여전히 이보다 높아 투자의견은 그대로 ‘매수’다. 하지만 애널리스트가 맡고 있는 종목을 팔라고 외치기에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목표주가나 실적 전망을 낮춰 ‘이 종목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의 큰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며 변함없는 믿음을 나타내는 쪽이 여전히 더 많다. 목표주가나 실적 전망 하향이 나오는 것은 삼성전자에 대해 과열된 기대를 조금 낮추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설명회 등에서 실적 가이드라인을 다소 낮추기도 했다. 시장의 기대가 너무 크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양해만 NH-CA자산운용 상무는 “하반기 애플의 아이폰5 출시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삼성전자를 서로 많이 사겠다’는 과열 분위기가 조금 식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삼성전자는 조금 더 긴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최근 주가가 다소 떨어졌지만 4분기께 다시 전고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해 펀드 내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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