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대학 자율성 지키는 총장 직선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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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말따]

19대 국회개원과 원 구성을 놓고 여야의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당내에서조차 모든 힘겨루기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금년 12월 대통령선거에 맞닿아 있다. 여야의 정치활동이 대선 정국 준비에 집중하다 보니 국회가 국민의 관심 밖에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오래 전의 일이다. 대통령을 각본에 따라 체육관에서 간접선거로 뽑았던 시절이 있었다. 1981년 잠실 체육관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99%의 지지율로 전두환을 12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은 다시 체육관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노태우를 지명하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 해 6월10일, 응원자에 머물러 있던 일반 시민들이 넥타이를 맨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민주세력과 합세했다. 수백만 명으로 불어 난 시위대들이 노도처럼 거리를 휩쓸면서 민주주의를 외쳤다. 거대한 민주화 요구 물결은 결국 전두환 정권이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6·29선언’을 낳았다. 오늘날 대통령 직선제는 이렇게 국민들이 6·10 민주 항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주권을 행사하게 됐으며 민주화의 주역으로 정치발전을 주도할 수 있었다. 완전한 정치체제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우리의 대통령 직선제에는 문제점이 많다. 단순다수제로 뽑다 보니 과반수에 못 미치는 32%의 지지만으로도 대통령이 된 경우다. 지역주의가 모든 것을 우선하다 보니 지역패권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정치가 편승해 정치 후진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대통령 직선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미미하다. 그것은 대통령 직선제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성헌
공주대 천안공대 교수
천안NGO센터 운영위원장

최근 국립대학들이 총장선출 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학칙개정 여부를 놓고 총장과 교수회간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6·10 민주항쟁 이 후 대학민주화를 위한 교수회의 노력으로 국립대학의 총장은 대학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직선으로 선출한다. 총장직선제는 국립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 신장에 크게 기여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대학은 진리와 자유를 추구하는 전당으로 어떤 정량적 성과보다도 대학 자율이 핵심 가치다. 그런데 교과부에서는 총장직선제가 정치화로 교육·연구 분위기를 훼손하고 각종 공약으로 등록금 인상의 요인이 된다면서 직선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국립대학구조개혁 중점추진대학 선정에 ‘총장직선제 개선 관련 학칙개정’을 선진화 지표로 삼은 것이다. 국립대학 입장에서 구조개혁 중점대학에 선정된다는 것은 너무 치명적이다. 그런데 성과지표의 핵심이 총장직선제 폐지다. 직선으로 당선된 총장, 대학 자율에 가장 수혜를 본 총장이 직선제 폐지를 위한 학칙 개정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놓고 교수회가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니 지성집단의 고뇌가 클 수밖에 없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치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한 직선제 대통령만큼이나 대학자율화를 위한 국립대학 직선제 총장은 중요하다.

김성헌 공주대 천안공대 교수·천안NGO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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