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씨 "웃기려는 강의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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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사진) 씨가 자신의 TV강연에 관한 최근 논란과 관련해 말문을 열었다.

그간 줄곧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도올이 23일 방영될 논어강의에서 '학문의 길' 을 주제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것.

특정인을 거명하며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30~40년간 피눈물 흘려가며 쌓아온 나의 실력과 한문 해석을 두고 그 누구도 운운할 수 없다" 는 특유의 격앙된 목소리 속에 최근 그의 심경이 편치만은 않음을 드러냈다.

"그간 나에 관한 논란을 보도한 신문과 잡지를 방송하기 전에 일별해 봤는데 특별히 우려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고 서두를 꺼낸 도올은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학문의 본령은 고전에 대한 번역작업이며, 나는 그런 번역자 중 한 사람일 뿐" 이라고 말했다.

도올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인상비판을 염두에 둔 듯 "나는 웃기려고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동양 고전을 효과 있게 전달하기 위해 가능하면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 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최근 도올 비판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서지문(고려대 영문학과) 교수는 "논어와 공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논어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길 바랄 뿐" 이었다며 "23일 방영될 내용을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30~40년 공부했다는 사실이 도올의 해석은 모두 옳다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고 말했다.

특히 서씨는 언론의 지나친 흥미 위주의 싸움붙이기는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도올에 대한 전면적 비판의 서막을 올린『노자를 웃긴 남자』(자인) 의 저자 이경숙(41) 씨는 "도올이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며, 그가 방대한 학식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에 동양학 붐을 일으킨 공적은 일단 인정해야 한다" 면서 "도올의 잘잘못을 준엄하게 가려줄 실력과 깊이를 가진 사계의 전문가가 나서 지적 논쟁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도올도 틀리고 이경숙도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진작 나서지 왜 지금 와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다" 며 학계를 꼬집기도 했다.

'도올 논쟁' 이 어떻게 귀결될지 점차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 강의의 책임 프로듀서 KBS 박해선씨는 "편집과정을 거치며 실제 방송이 어떻게 나갈지는 아직 모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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