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해외 출장자에 '감시 족쇄' 풀어준 이유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김정은의 현지 시찰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

최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해외에 출장가는 관료들에게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들을 감시하는 보위부 요원들의 동행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젊은 지도자의 개혁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외화벌이가 다급하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15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관료들과 자주 접촉하는 중국 대북 사업가 이모씨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실제로 이번에 출장 나온 사람들 중 '지도원 동지'라고 불리는 보위부 요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간 북한에서는 관료들은 물론이고, 물품을 구매하러 중국에 오는 국영 상점 지배인들까지 모두 보위부 감시요원들이 따라 붙었다. 해외 출장은 늘 2명 이상이 팀을 이뤄 나왔고, 그 중 한 명은 반드시 보위부 요원이었다. 해외 출장자들은 감시로 인해 중국의 사업가들과 터놓고 대화를 할 수 없었고, 담당 보위원의 체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 왔다.

보위부 요원 동행 자제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이씨는 "그간 보위부 요원들에게는 (출장 동행이) 큰 특혜로 작용해 왔다. 보위부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앞으로 제대로 실현될 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도 "잘 믿어지지는 않지만, 사실이라면 매우 파격적인조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업차 평양을 자주 방문하는 중국 동포 김모씨는 "김정은 체제로 접어들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번 조치는 예상 밖"이라며 "당장은 매우 제한적이고 또 실행에 옮긴다고 하더라도 매우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위부 요원이 동행하지 않을 경우, 출장 허가는 더 엄격하게 심사될 것이고 그나마 출장이 필요한 관료들의 발까지 묶어 놓을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또 다른 대북 사업가 민모씨는 "민심 다독이기에 공 들이고 있는 김정은의 이같은 지시가 얼마나 활성화될지 모르겠지만, 발상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이라고 평했다.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외자 유치를 명분으로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이나 외국인 사업가들에게 북한 여성과의 국제 결혼을 장려하고 있다. '미인계'를 앞세워 국제 결혼을 국가 사업으로 추진할 만큼 외화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