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예전 같지 않은 뒷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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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즈

200야드 파3인 8번 홀. 약 60㎝의 짧은 퍼트를 앞에 두고 타이거 우즈(37·미국)의 눈에는 거침없던 승부사의 자신감 대신 망설임과 번뇌가 어른거렸다.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우즈가 친 퍼트는 홀 오른쪽을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 8m 거리에서 3퍼트. 우즈는 8번 홀까지 4타를 잃으면서 밀려나갔다.

 우즈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 레이크 코스(파70·7170야드)에서 벌어진 US오픈 3라운드에서 5오버파 75타를 쳤다. 1언더파 공동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우즈는 중간 합계 4오버파 공동 14위로 미끄러졌다. 75타는 우즈가 프로로서 참가한 15번의 US오픈에서 기록한 가장 나쁜 스코어다.

 우즈의 스타일은 이게 아니다. 그는 천천히 발동을 걸어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스타일이었다. “선수들 망신시키려 만든 대회”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US오픈이지만 우즈는 3라운드에서 오버파를 친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초반 리드를 3라운드에서 날려버렸다. 우즈의 메이저 우승 14번 중 역전승은 하나도 없다.

 조 편성은 아주 좋았다. 그와 함께 마지막 조에서 출발한 짐 퓨릭(미국)은 우즈가 가장 선호하는 선수다. 6년간 우즈의 코치를 했던 행크 헤이니는 “우즈는 매너 좋고, 겸손하며 실력도 뛰어나지만 자신을 위협할 정도의 재능은 안 되는 선수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 만만한 선수 퓨릭에게 우즈는 5타를 뒤졌다. 우즈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50%밖에 안 됐고 퍼트 수는 34개나 됐다.

 공동 선두는 1언더파인 퓨릭과 그레임 맥도월(북아일랜드)이다. 어니 엘스(남아공)·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제이슨 더프너(미국)·니콜라스 콜사르츠(벨기에) 등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우즈의 앞에 있어 역전 우승 가능성이 크지 않다. 최경주(42·SK텔레콤)는 7오버파 공동 32위, 위창수(40)는 5오버파 공동 18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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