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취약지 근무 장학의사제 해볼 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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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보건복지부가 일부 의대생을 정원 외 입학으로 뽑아 정부 장학금을 제공하고 졸업 후 5년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 근무하게 하는 ‘장학의사’ 제도를 추진한다고 한다. 농어촌 지역을 비롯한 의료취약지구에서 근무할 의사의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는 국민 의료평등권 추구를 위한 합당한 조치로 평가된다.

 의료취약지구의 의사 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일부 농어촌 지역에선 아이를 받을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문을 닫는 산부인과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없는 분만 취약 시·군·구가 54곳에 이른다. 지역에 따른 이러한 의료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주요 임무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병역의무를 위해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공보의)를 배치해 취약지의 부족 인력을 보충해 왔다. 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도입으로 이미 병역을 마친 늦깎이 졸업생과 병역의무가 없는 여자 졸업생이 늘면서 올해는 공보의 숫자가 지난해보다 491명 줄었다. 2020년까지 추가로 1000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니 의료취약지 주민의 복지를 위해 장학의사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게다가 한국은 여전히 의사가 부족한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9명으로 OECD 평균(3.1명)의 3분의 2 수준이다.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가 의료계와 의사 배출 정원을 동결하기로 합의해 전국 41개 의대 신입생 정원(의전원 포함)은 그 이후 3000명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변화한 보건의료 환경을 고려해 의사 공급을 적절한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다만 의사 증원은 국민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요인이 되므로 건강보험 재정이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이뤄져야 마땅하다. 아울러 정부는 은퇴의사 농어촌 초빙과 근무 여건 개선 등 의사들을 의료취약지로 유도할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