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보이스피싱 국제 수사 공조 확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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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 공안당국은 지난주 랴오닝 등 5개 성(省)에서 한국인 51명을 포함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원 235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검찰과 경찰이 중국과의 수사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뒤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란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중국 공안부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보이스피싱 조직은 1200여 차례에 걸쳐 1억 위안(약 180여억원) 이상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조직은 한국인과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을 고용해 무작위로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전화를 건 뒤 “계좌가 돈세탁에 이용됐다”며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3개월간 추적한 끝에 이런 정도의 대규모 조직을 적발했다고 하니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기업화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해당 범죄 건수는 8000여 건, 피해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서도 지난 4월 말까지 2485건, 274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중국 공안의 적극적인 수사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위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 등의 사이트를 흉내낸 ‘피싱 사이트’로 계좌정보 입력 등을 요구하는 등 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러한 피싱 사이트를 이용한 범죄는 2월 489건, 3월 483건에서 4월 1310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중국 본토에서 단속이 강화되면서 사기 조직들이 거점을 대만이나 태국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중국 공안 측의 설명이다.

 정부와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중국은 물론 대만·태국 등으로 수사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에서 국내 관공서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인터넷전화의 번호 변경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은 사회의 불신을 키우는 악성 바이러스이자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민생범죄다. 보이스피싱이 완전히 뿌리뽑힐 때까지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단속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