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날아가 그린에 사뿐 … PGA 선수들도 즐겨 쓰는 비밀병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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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호 19면

골프클럽 세트를 구성하는 클럽마다 고유한 명칭이 있다. 1번 우드는 드라이버(driver), 2번은 브래시(brassie), 3번은 스푼(spoon), 4번은 버피(buffy), 5번은 클리크(cleek) 혹은 수퍼 클리크(super cleek)다. 7번 우드는 헤븐(heaven) 클럽이라고도 한다. 캘러웨이골프가 7번 우드를 내놓으면서 ‘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클럽’이라고 홍보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9번과 11번 우드는 별도의 이름이 없다.

박원의 비하인드 골프 <19> 5번 우드의 부활 

아이언 1번은 드라이빙 아이언(driving Iron) 또는 클리크(cleek), 2번은 미드 아이언(mid iron), 3번은 미드 매시(mid mashie), 4번은 지거(jigger) 혹은 매시 아이언(mashie iron), 5번은 매시(mashie), 6번은 스페이드 매시(spade mashie), 7번은 매시 니블릭(mashie niblick), 8번은 피칭 니블릭(pitching niblick), 9번은 니블릭(niblick), 10번은 웨지(wedge)이다.

이처럼 골프클럽은 각각 고유한 명칭이 있지만 지금은 잘 쓰지 않는다. 또 골프 장비의 발달로 인해 일부 클럽은 골프백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대표적인 게 1번과 2번 아이언이다.

그러나 1960년대의 젊은 골퍼들에겐 드라이빙 아이언인 1번이나 미드 아이언인 2번을 사용하는 것이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플레이였다. 그 시절엔 ‘잭 니클라우스가 1번 아이언을 사용한다면 나 역시 마찬가지다’라는 논리가 지배했다. 하지만 지금은 PGA 투어에서조차 1번 아이언은 사라진 지 오래고, 2번 아이언도 아이언 세트 구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3, 4번 아이언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클럽들이 메우고 있다. 요즘엔 고구마(하이브리드의 별칭) 한두 개 골프백에 안 담고 다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우드처럼 쓸어 치면서도 아이언처럼 정확한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는 전통적인 우드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 PGA 투어를 보면 전통적인 클럽을 고수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타이거 우즈(37·미국·사진)가 대표적이다. 우즈는 지난 4일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통산 73승째 우승트로피를 5번 우드로 들어올렸다. 우즈는 아주 가끔 2번 아이언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대회 때마다 5번 우드를 들고 나가는데 이 클럽으로 240~250야드를 아주 높은 탄도로 보낸다고 한다.

5번 우드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골프코스의 전장이 늘어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홀의 길이는 길어지고 그린은 더욱 단단하고 빠르게 유지되면서 먼 거리에서 공을 세울 수 있는 클럽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멀리 보내고 그린에 볼을 부드럽게 세우기 위해서는 높은 탄도의 5번 우드만 한 게 없다는 얘기다.

5번 우드의 별칭인 클리크는 1번 아이언 혹은 4번 우드를 의미하는 등 다양한 클럽의 이름으로 사용돼 왔다. 클리크는 원래 아이언 클럽헤드에 우드 샤프트를 장착한 클럽을 가리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 클럽은 대체로 18도 로프트로 만들어졌다. 3, 4, 5, 7번 우드 가운데서도 가장 만만한 클럽이다. 로프트가 낮은 3, 4번보다는 탄도가 높고 충분한 거리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주말골퍼들 중에서도 치기 쉽고 미스 샷이 적은 5번 우드를 비밀병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19도짜리 5번 우드가 대세지만 투어 프로들은 원래 18도 로프트를 선호한다. 로리 매킬로이는 물론이고 리 웨스트우드, 더스틴 존슨, 닉 와트니, 폴 케이시,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 등도 18도 5번 우드를 사용한다. 19도짜리 하이브리드를 사용하지 않고 5번 우드를 사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볼 탄도가 높고 같은 도수의 하이브리드 클럽에 비해 거리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도 우즈의 5번 우드가 화제에 올랐다. 앞으로 PGA 투어에서 더 많은 5번 우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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