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새로운 소프트웨어 전략 내놓고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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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자사 제품들의 윤곽을 강화하고 점점 증가하는 썬 마이크로시스템과 기타 기업들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자사의 소프트웨어 그룹을 지난 13일 재정비했다.

한 소식통은 HP가 자사의 많은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새로운 이름으로 통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HP의 소프트웨어 지도자인 빌 러셀이 발표할 이번 결정은 제품들을 ''서비스 중심적인 컴퓨팅''이라는 슬로건 하에 위치시킬 것이라고 한다.

이번 조치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의 아이플래닛(iPlanet) 계획에 맞서는 것이다. 아이플래닛은 e-메일이나 전자상거래 같은 작업을 위해 썬과 AOL의 넷스케이프 그룹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통합시킨 것이다. 썬은 자신의 숙적인 MS에 도전하기 위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IBM 역시 공격적인 소프트웨어 전략을 갖고 있다. 즉, 자사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리눅스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이번에 일괄적으로 통합되는 HP 제품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HP가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나 아직 초보적인 수준인 E-스피크(E-speak), 바로 온라인 계약 협상용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블루스톤(Bluestone)

· HP의 XML 제품들

· 프리시디엄(Praesidium) 보안 제품군

· 프로세스 매니저(Process Manager). 이것은 상호 연결된 다수의 서버에서 작동하는 컴퓨팅 작업 과정을 통제한다.

· 전화 통화 라우팅용 소프트웨어 오픈콜(OpenCall)

·서버 사용 측정을 위한 스마트 인터넷 사용(Smart Internet Usage) 패키지

대충 말하자면, 이런 제품들은 운영체제보다는 한 단계 높지만 여전히 컴퓨팅 작업 과정의 기초 부분에 속하는 소프트웨어로, HP의 미들웨어 제품 라인에 적합하다.

이러한 조직 개편이 HP의 두 가지 유명한 소프트웨어 제품인 오픈뷰(OpenView) 관리 제품과 유닉스 운영체제의 HP-UX 버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MC/서비스가드(MC/ServiceGuard) 소프트웨어 역시 영향받지 않을 것이다. MC/서비스가드란 컴퓨터 한 대의 고장이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한 작업이 몇 대의 컴퓨터에서 병행되도록 해주는 제품이다.

HP의 웹 QoS 소프트웨어는 이미 오픈뷰 그룹의 일부가 됐으며, 13일의 개정 작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웹 QoS 소프트웨어는 우선 순위가 높은 웹사이트 방문자들에게 보다 양호한 서버 응답을 보장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기업들의 제품 라인에서 여러 제품들을 조합하는 것보다는 일괄적으로 통합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갖고 싶어한다고 말하면서 HP의 소프트웨어 전략을 비난했다.

또한 HP가 웹서비스라는 파문을 일으킨 최초의 대기업은 아니라 할지라도 사실상 그런 무리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웹서비스란 일반적으로 인터넷으로 제품을 주문하거나 경매를 주관하는 것 같은 기능을 의미한다. E-스피크를 가지고 HP는 MS, 오라클, 썬에게 웹서비스 혹은 e-서비스 펀치를 날린 셈이다.

시장 관측통들은 웹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HP의 선견지명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 사업 수행은 비난했다.

지난해 가을 출판된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HP는 ''e-서비스''라는 용어와 현재 그런 의미를 지칭하는 많은 개념들을 처음으로 사용했으나, 미처 출발하기도 전에 이런 새로운 영역에서 퇴장하는 최초의 벤더가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확실한 툴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 전략 없이는, HP는 웹서비스의 선구자에서 틈새 시장 참여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HP, 썬, 기타 기성 컴퓨터 업체의 오랜 웹서비스 파트너인 바우스트리트(Bowstreet)는 하드웨어 기업들이 웹서비스를 제대로 마케팅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우스트리트 CEO인 밥 크롤리는 지난 1월, 인터뷰를 통해 "하드웨어 기업들은 훌륭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지 못한다. 컨설팅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그들이 이미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보충물로 여길 뿐 독자적인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HP는 호스팅과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롤리는 호스팅과 서비스가 기업의 웹서비스 전략이 갖춰야할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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