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유로 축구] ‘900억원의 침묵’ 끝낸 토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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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토레스

스페인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28)의 별명은 ‘엘 니뇨(El Nino)’다. 스페인어로 ‘소년’이라는 뜻이다. 어리고 곱상한 외모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토레스는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스페인 최고 공격수였다.

 하지만 소년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2011년에는 리버풀에서 첼시로 5000만 파운드(약 900억원)에 이적한 토레스는 두 시즌 46경기에서 7골을 넣으며 벤치 멤버로 밀렸다.

지난 11일(한국시간)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이탈리아와의 첫 경기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해 두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모두 날려 1-1 무승부의 원흉이 됐다. 스페인 언론은 “여전히 몸값만 비싼 선수”라며 비난했다.

 토레스가 모든 비난 여론을 잠재우며 훨훨 날았다. 토레스는 15일 폴란드 그단스크 경기장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C조 2차전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4-0 대승을 이끌었다.

 토레스는 이날 깜짝 선발 출전했다. 스페인이 대회 내내 ‘가짜 9번(false 9)’ 전술을 쓰기로 해 토레스는 벤치 선수가 유력했다. ‘가짜 9번’은 최전방 공격수(9번)를 두지 않고 미드필더들이 유기적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전술이다.

아일랜드전에서도 ‘가짜 9번’ 전술을 쓰겠다고 공언한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고심 끝에 ‘토레스 원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토레스는 전반 4분 선제골, 2-0으로 앞선 후반 24분 쐐기골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토레스는 “단지 운이 좋아 선발 출전했을 뿐이다. 다음 경기에서 감독님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나는 괜찮다. 오직 우승에만 관심이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키예프(우크라이나)=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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