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 뜻 따라 ‘효 애니’ 만든 교수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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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의예지(仁義禮智). 이것은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으로, 곧 어질고 의롭고 예의바르고 지혜로움을 뜻한다. 그런데 이 땅에는 인의예지 중 지혜로움을 추구하는 자는 많으나, 인과 의와 예를 지키는 자가 없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성균관대 이명학(56·한문교육학과·사진) 교수가 제작한 어린이용 ‘효’(孝) 애니메이션 ‘소년어사 출두요’ 앞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교수는 자비를 들여 ‘효’와 ‘신의’를 주제로 하는 애니메이션 ‘소년어사 출두요’(5편·각 10분)를 제작했다. 조선시대 소년 어사가 전국을 여행하며 신의와 효행을 지키는 인물들을 찾아나서는 내용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5월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선친 이상목(사업가·81세)씨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그의 선친은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던 17세 때 한국전쟁을 맞았다. 그 바람에 평양에 있는 부모와 생이별했다.

 선친은 2004년 효 공원을 세우려했다. 그러나 효 공원을 구성할 콘텐트가 마땅치 않자 애니메이션을 제작키로 했다. 이 와중에 선친이 췌장암 진단을 받으면서 애니메이션은 물 건너가는 듯했다. 하지만 숨지기 나흘 전, 선친은 이 교수의 손을 꼭 잡고 “효 애니메이션을 꼭 만들라”고 당부했다. 그 말이 유언이 됐다.

 효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이 교수는 자비 2억원을 썼다. 제작은 1년 넘게 걸렸다. 전국 6900여 개 초등학교에 무료 배포된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사람답게 사는 일이 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사범대학장을 지낸 이 교수는 재임시 소외계층 멘토링,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백일장, 사회봉사단 결성 등을 주도했다.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달 대학교수로는 처음으로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을 받았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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