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마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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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얼마 전 독자에게서 질문을 받았다. “다른 사람에게 아내를 가리킬 때 ‘마누라’라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인가요?”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마누라는 음식 솜씨가 일품이야” “요즘 부쩍 늘어난 마누라 잔소리에 귓병이 날 지경이야”에서와 같이 아내를 가리킬 때 ‘마누라’라는 말을 많이 쓴다. ‘마누라’라는 단어가 어딘지 정감 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내를 ‘마누라’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원래 ‘마누라’는 ‘마노라’에서 온 말로, ‘마노라’는 상전·마님·임금을 가리키는 낱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조금씩 바뀌었다. 1938년에 발간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에는 ‘마누라’가 늙은 노파를 가리키는 말 또는 ‘아내’의 속어로 쓰인다고 나와 있다. ‘마누라’가 아내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품위 있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누라’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고 영화나 드라마의 제목으로도 종종 사용되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마누라’가 크게 문제가 있는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조선어사전’의 풀이에서 보듯 ‘마누라’는 때에 따라서는 아내를 비하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므로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내’ ‘처’ ‘집사람’ ‘안사람’ 등의 단어를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쓰면 된다. 요즘 젊은 층에서 아내를 가리킬 때 ‘와이프’라는 말을 많이 쓰기도 하는데 가능하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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