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여성들' 함께 잠드는 곳 가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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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요미우리신문]

일본에서 독신 여성만을 위한 ‘합동묘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배경에는 가족들과의 교류조차 거의 없는 독신 여성들의 ‘외로움’이 있다. 홀로 쓸쓸히 무덤에 안치되기보다는 친구와 함께 안장되길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2일 도쿄 후추(府中)시에 있는 ‘후레아이파크’를 소개했다. 독신 여성만을 위한 이 합동묘지는 300명을 안장할 수 있는 납골 공간을 갖췄지만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다.

후레아이파크는 여성들의 취향을 고려해 묘지 주변을 꽃으로 꾸몄다. 묘석을 원형 테이블 형태로 만드는 등 묘지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기존 묘지는 장례식을 포함하면 수백만엔이 드는데 반해, 후레이크파크는 장례비와 사후 관리비용 등을 25만엔 내외에서 해결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 묘지는 비영리 민간법인 ‘SSS네트워크’가 운영하고 있다. SSS네트워크는 일본 작가 마쓰하라 아쓰코(65)가 싱글(Single)ㆍ스마일(Smile)ㆍ시니어라이프(Senior life)의 머리글자를 따 1998년에 만든 회사다.
50~60대 회원을 주축으로 약 9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노후 생활을 주제로 한 세미나 등을 주최하고 회원들간의 친목을 돕는다.

마쓰하라 대표는 “고인을 그리워하면서 살아 있는 회원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 같은 분위기로 (묘지를) 가꾸고 싶다”며 “1년에 한 번씩 회원들이 와인을 나눠마시며 이곳에 안장된 회원들의 추도식을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주오대 야마다 마사히로 가족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독신 여성들이 가족 무덤에 안치되거나 조카들이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혈연의 의미가 옅어진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무덤도 자신이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또 “여성은 일과 돈 이상으로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홀로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다”며 “앞으로도 홀로 사는 여성 노인들 사이에서 합동묘지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라 분석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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