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들 "환율·금융 안전시켜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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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9.2%,잠정)중 절반 이상(5.4%포인트)는 수출이 기여한 몫이다.

한국무역협회가 13일 발표한 ‘2000년 수출의 산업연관효과 분석’자료에 나타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수출기업들이 올해 수출시장 환경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우려를 자아낸다.

◇얼마나 어렵나=최대 악재인 미국 경기의 경착륙·엔저 현상 등도 업종에 따라서 정도에 차이가 났다.

미국경기 둔화의 경우 ▶철강·금속업체들은 75% ▶전자·전기업체들은 79.3% ▶플라스틱·고무업계의 경우 1백%가 영향을 받고 있거나 우려된다고 답변했다. 특히 철강업체의 45%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1차산품은 52%가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엔화약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업종은 화학공업(80%),플라스틱·고무(71.4%),전자·전기(69%),기계·자동차(67.9%)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생활용품과 섬유류는 56%이상이 별 영향이 없다고 답변했다.

수출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업체(42%)가 개선될 것이라는 업체(17.1%)보다 2.5배정도 더 많았다. 특히 철강·금속·생활용품·섬유류·1차산품 등은 절반이상의 응답업체가 채산성 악화를 우려했다.

◇업체들의 대안은=전반적으로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응답업체의 43.1%는 올해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업체 스스로 수출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수출물량확대와 신시장 개척(각 23.5%)▶기존시장에 대한 마케팅강화(19.6%) 등을 꼽았다.

정책과제로는 환율안정(35.7%)·금융불안 해소와 금리인하(24.4%)·무역금융확대(14.4%)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의례적으로 받는 통관비의 면제나 대폭 감액 ▶국제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일을 삼가해 달라 ▶우량업체만 지원하는 금융개혁 시급 ▶높은 내륙운송비 개선 ^행정기관의 담당자가 바뀌면 절차도 바뀌는 경향을 해소하고 일관성있는 행정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외화가득률 악화=무협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1백원어치를 수출했을 때 이를 수출하기 위해 수입한 원자재 가격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벌어들인 외화는 56.3원이었다. 이는 1999년 59.8원보다 3.5원이 떨어진 것. 이에대해 무협은 유가폭등 등 교역조건 악화 때문에 3.1원, 수입비중이 높은 IT관련 제품 수출을 위한 수입확대가 0.4원으로 분석했다. 교역환경의 변화가 한국의 수출채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은 미국경기의 둔화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지난해 4분기이후 수출증가율 둔화가 눈에 띠게 나타났다.지난해 3분기까지 수출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26%였으나 10월 14.7%로 둔화되면서 11월(5.8%)과 12월(1.4%) 모두 한 자리 증가율을 보였다.

LG연구원 이우성 연구위원은 올해 수출전략으로 ▶유럽과 일본으로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고 ^미국도 MP3 플레이어·디지털 카메라·PDA 등 특화된 디지털 제품의 소비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제품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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