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도우미 할머니, 골목해설사 할아버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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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중랑구에 사는 임금수(여·68)씨는 매일 오전 10시 인근의 면중초등학교로 출근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점심 반찬을 나눠주는 급식 도우미를 하고 있다.

3년 전 노인복지관을 통해 이 일을 알게 된 임씨는 “날마다 손주 같은 아이들을 만나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그의 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아프지 않고 일을 계속하려고 매일 아침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비슷한 연배의 동료들과 만나니 외로움도 한층 덜어졌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한 달에 20만원가량을 받는다. 그는 “자식들에게 용돈 달라고 하지 않고 내가 벌어서 쓰니 당당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임씨가 속한 ‘중랑노인종합복지관 영양지키미’ 프로그램에서는 노인 200여 명이 급식도우미로 일하면서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 반응도 좋다. 이 영양지키미 사업이 12일 열리는 ‘보건복지부 2011년 노인일자리사업 종합평가대회’에서 공공형사업 부문 대상을 받는다.

 복지부에 따르면 97개의 수상 프로그램 중에는 노인의 경륜을 활용한 공공형 사업이 많다. 대구중구시니어클럽이 운영 중인 ‘골목문화해설사업’은 노인들이 해설사로 나서 초·중·고생들에게 시내 문화재와 골목 내력에 대해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산후도우미 등 육아 경험이 풍부한 할머니들을 위한 일자리사업들도 눈에 띄었다. 공공형사업은 복지부와 지자체가 노인 인건비를 전액 지원한다.

 자체 수익을 내 인건비를 마련하는 시장형사업에서는 ‘ok6070 아파트택배사업’(부산기장시니어클럽)이 대상을 받았다. 18개 택배사와 계약을 해 대형 아파트 단지 내 일정 장소에 택배물을 가져다 놓으면 노인들이 직접 각 가정에 이를 배달하는 방식이다. 하루 평균 600여 개를 소화하는 등 수익을 낼 만큼 자리를 잡았다. 개인별로 월 평균 50만원 정도 가져간다.

 2004년부터 시작한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고 건강·소득 개선 효과도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복지부 최영호 노인지원과장은 “노인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자리 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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