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직 대통령이 부끄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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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또 나란히 구설에 올랐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8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의 퍼레이드를 참관하면서 거수경례하는 모습이 알려져 입방아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사돈댁에 맡긴 비자금을 찾아달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해 주변의 따가운 눈길을 모았다.

 30년 전 군부정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문제의 뿌리는 돈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권위주의 시절 절대권력을 휘두르면서 엄청난 부정축재를 했다. 소위 ‘통치자금’이란 이름으로 수천억원대의 불법모금이 이뤄졌다. 국가 운영을 위해 필요했던 정치자금은 어느 정도 필요악이란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착복한 거액의 비자금은 용납될 수 없는 부정부패다.

 두 전직 대통령의 비리에 대한 처벌은 미흡했다. 비자금은 1995년 검찰 수사로 드러났고, 각각 2000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은 아직까지 추징금을 다 납부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추징금을 내기 위해 사돈댁을 상대로 진정서를 냈다고 한다. 654억원을 맡겼는데 사돈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 써버렸다고 한다. 돌려주면 추징금을 내겠다고 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보면 너무나 구차하다. 노 전 대통령은 계속 비자금을 감춰 왔다. 불가피하게 드러날 경우엔 거짓말을 반복했다. 이번에 진정서를 낸 것도 사실은 아들의 이혼 때문이라고 한다. 불화가 없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동생과도 돈 문제로 소송 중이다. 비자금이 곳곳에서 썩어 악취를 풍기는 듯하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도 “예금이 29만원밖에 없다”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육사에 1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은 최근 “정치자금이라 추징금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집권 과정이야 어떠했든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최소한 법질서를 존중하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존경은 받지 못하더라도 구설에 올라 비난받을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모든 권력자가 두 전직 대통령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