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간염, 증상 없다고 방치했다간 간경변·간암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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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손주현 교수

지난해 세계보건총회가 7월 28일을 제1회 ‘세계 간염의 날’로 제정했다. 총회는 바이러스성 간염의 치료·관리·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간질환이 당뇨병·고혈압만큼 관심이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뜻이다. 특히 B형과 C형 간염은 세계적으로 인구 12명 중 1명의 유병률을 보인다. 이에 따른 사망자는 매년 1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의 간질환 실태도 심각하다. 40대 남성의 3대 사망원인 중 하나다. 매년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2만여 명이 사망한다. 또 간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률 2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처럼 심각한 간질환은 국내 간질환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B형 간염을 정확히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 많은 부분 예방할 수 있다.
B형 간염바이러스 때문에 나타나는 B형 간염은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다행히 국내 감염자는 적극적인 예방접종으로 1980년대 인구의 약 10%에서 2008년 약 3%로 감소했다. 하지만 예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시대에 출생한 20대 이상 성인은 아직도 6~7%의 유병률을 보여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B형 간염은 혈액·체액 등을 통해 전염된다. 국내에서는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에 의한 수직감염 환자가 많다.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모두 만성화돼 간경변증과 간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하고, 면역세포와 싸우는 과정에서 항체가 생겨 자연 회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항체가 형성되지 못하면 신체 면역체계는 오히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제거하면서 간수치가 상승하고 간염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는 간기능·간염바이러스·간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에 염증이 거의 없는 단순한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인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 B형 간염인지 감별해야 한다.

B형 간염바이러스에 따른 간염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B형 간염은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해야 한다. 증상이 없다고 방치했다가 간경변증·간부전으로 진행해 사망할 수 있다.

이렇듯 만성 B형 간염은 치료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또 대부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제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치료제의 바이러스 억제효과·안전성·내성 발생·리얼라이프데이터는 필히 확인해야 할 항목이다.

리얼라이프데이터는 매일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의 유효성을 평가한 결과다. 국내에서는 이런 연구를 바탕을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와 6년간 1.2%라는 낮은 내성 발현율이 확인된 치료제가 널리 처방된다.

최근엔 국내에 홍콩, 일본 지역의 5년간 리얼라이프 데이터 역시 발표되어 안전성과 효능면에서 인정받았다.

B형 간염치료제의 효능·안전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치료제가 개발돼도 환자의 인식이 낮으면 공염불에 그친다. 환자가 B형간염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생명을 앗아가는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

한양대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손주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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