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성공 비결? 평판에 약한 인간 심리 이용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조종하는가
존 휘트필드 지음
김수안 옮김, 생각연구소
392쪽, 1만6000원

딴 책의 제목을 빌려 말하자면 이 책은 ‘평판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 해당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진화생물학 박사인 지은이는 수많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평판이 인간·사회·세계를 움직이는 바탕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사례를 하나 보자. 심리학과 행동학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편애한다. 인간 차별본능 연구의 선구자인 헨리 타지펠은 1971년 ‘최소집단 현상’이란 걸 발견했다. 15세 학생을 임시로 두 집단으로 나누고 돈을 나누게 했다. 그랬더니 동일 집단 내에서는 최대한 공평하게 나눴고, 두 집단을 섞어 나눌 때는 자기 집단에 유리하도록 애썼다. 이를 사회적 정체성이라고 부른다.

 뉴기니 원주민을 대상으로 처벌 관련 실험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같은 집단엔 솜방망이, 다른 집단에는 철퇴 처벌을 내렸다. 같은 집단에서는 서로 평판에 신경 쓸 수밖에 없지만 다른 집단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지은이의 분석이다. 평판에 신경 쓰는 건 모든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능이라는 뜻이다.

 국가도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평가에 신경을 쓴다. 미국이 냉전에 관계한 것도 평판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셰링이 66년에 쓴 글을 보자. “우리가 3만 명의 병력을 잃으면서까지 한국전쟁에 참여한 것은 진정으로 한국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유엔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놀랍지 아니한가.

 평판을 이용해 큰 성공을 거둔 사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96년 피에르 오미디야르라는 청년은 취미 삼아 옥션웹이라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만들고 사용자의 평가를 실었다. 평가가 나오자 판매자는 갈수록 정직한 정보를 올렸고 이 사이트는 대성공했다. 평판이 개입되자 타인을 신뢰한 것은 물론 자신이 타인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가 1766년 평판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중계인은 신용을 잃는 것을 두려워해 모든 계약을 꼼꼼히 이행한다.” 18세기 경제학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20세기 웹 시대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 사이트는 14년이 지난 지난해 1분기에만 2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은 ‘이베이’로 불리는, 바로 그 유명한 온라인 경매 사이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