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금고 불법대출액 '정게이트' 4배

중앙일보

입력

동아금고 대주주의 거액 불법대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부실금고 뒤에는 부실 경영주가 있다' 는 금고업계의 격언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지난해 말 영업정지된 동아금고는 자회사인 오렌지금고와 합하면 자산이 1조2천억원으로 국내 최대 금고다.

동아금고 대주주인 김동원(64)씨가 빼낸 고객 돈은 2천5백88억원으로 지난해 나라 안팎을 시끄럽게 했던 '정현준 게이트' 의 불법대출금 6백37억원의 네배가 넘는다.

국내 최대 금고에서 금고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고객 돈 빼돌리기가 이뤄진 셈이다.

동아금고의 거액 불법대출은 업계 최우량금고에서도 불법대출이 빈번히 이뤄졌으며,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동아금고가 영업정지될 때 업계에서는 '동아금고마저' 라며 금고업계의 붕괴를 우려할 정도였다.

동아금고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업계 1위의 영업력과 재무구조를 갖췄다고 자타가 공인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금고의 최우량 재무구조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대부분 조작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주주가 돈을 빼먹으면서 생긴 부실을 장부를 조작해 멀쩡한 금고처럼 속여왔던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마이너스 20.66%로 자본잠식 상태였는 데도 불구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해 7.24%로 신고하는 등 우량금고로 포장해 왔다" 며 "때문에 지난해 금고들이 줄줄이 쓰러질 때도 동아금고의 영업정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따라서 금감원은 대주주 김동원씨의 불법대출이 고의.계획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金씨의 불법대출은 다른 사람 이름을 빌리거나 훔치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이뤄졌다.

金씨는 64명의 이름을 빌려 3백여차례에 걸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객 돈을 수시로 빼냈다.

영업정지일 직전 해외로 출국해 검찰의 수사망에서도 벗어난 점도 이같은 심증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한편 금고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금고업계에 다시 위기가 닥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겨우 잠잠하는가 싶던 금고업계에 또다시 대형 악재가 터졌다" 며 "그러나 이미 영업정지에 들어간 금고인 만큼 예금자 피해나 예금인출 사태 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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