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글로벌 전자기업의 생존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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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효중
가톨릭대 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

워크맨 하나로 세계적인 기업의 시작을 알렸던 소니, 자동차 위로 길게 뻗은 안테나로 카폰을 자랑하던 모토로라는 더 이상 전자산업의 대표주자가 아니다. 그 시절 볼품없던 창고에서 컴퓨터를 조립하며 시작했던 애플과 세탁기로 전자산업을 시작했던 삼성이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선도 기업이 됐다. 도대체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스마트폰을 놓고 보자. 스마트폰이야말로 전자부품뿐 아니라 통신기술·멀티미디어를 아우르는 통합기기다. 이전의 전자산업은 주어진 고유의 기능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TV는 화질 좋고 화사하게 잘 나오면 그만이고, 냉장고는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으면 최고였다. 휴대전화도 통화가 잘되면 만족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음성통화만이 아니라 음악과 영상, 그리고 소셜 미디어로 확장되면서 훨씬 높은 이익과 가치를 만들어낸다.

 바로 이런 부분을 가장 잘 소화한 회사가 애플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애플이 매출의 40% 안팎을 이익으로 챙기며 제조업의 일반적인 순익 비율을 크게 뛰어넘는 것은 남들이 읽지 못한 흐름을 먼저 감지하고 유행을 이끌어낸 결과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드웨어 위주의 기업이던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과 수위를 다투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의 배경은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어떤 기업보다도 발 빠르게 감지하고 방향을 전환한 데 있다.

 디지털 시대의 고객은 아주 간단히 변심한다. 유행이 빠르게 변하듯 세계적인 기업의 명멸도 아주 빠르게 이뤄진다. 휴대전화로 전화통화만 하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불과 1∼2년 사이에 컴퓨터를 이용한 뉴스 검색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뉴스 검색이 훨씬 더 많아졌다. 하드웨어로 경쟁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빼어난 하드웨어는 기본이고,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그리고 디지털 통신을 융합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여기에 미디어와 문화코드까지 녹여야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잡을 수 있다. 매년 급격히 변화하는 기술과 문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이에 부합할 수 있는 수준의 소프트웨어 설계와 유지 기술을 갖추는 것은 글로벌 전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서효중 가톨릭대 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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