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 주식매각 제대로 될까

중앙일보

입력

정부소유 한국통신 지분 14.7%에 대한 매각입찰이 6일 시작됐다.

7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매각은 국내 최대의 공기업인 한통 민영화의 출발점이자 향후 민영화 추진계획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는 점에서 통신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이번 입찰은 총 입찰대금이 4조원에 육박해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향후 민영화 진행과정에서 한통의 지배주주 부상 가능성 등 변수들로 인해 통신업계에 지각변동의 원인을 제공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통 주식매각의 성공여부는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다 이번 한통 주식 입찰외에도 파워콤 민영화, IMT-2000 사업 등 통신사업 투자기회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 등은 기업들이 입찰참여를 망설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포항제철,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그동안 "관심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왔고 입찰 첫날인 6일에도 참여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포항제철이 유력한 참여기업으로 예상됐으나 유상부(劉常夫) 회장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통 인수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한통의 이상철(李相哲) 사장은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고 고요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면서 기업들이 입찰가격 상승 등을 우려해 겉으로 관심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은 나름대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갖고 있다.

삼성의 경우 통신사업자로서 경험이 없어 경영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한통 지분 참여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LG는 현재 통신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입찰에 참여할만한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SK의 경우 표문수(表文洙) 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유선사업은 하지 않겠다"며 한통, 파워콤 등 유선업체의 지분인수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끝까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최근 안병엽(安炳燁) 정보통신부 장관, 이 한통 사장 등이 연이어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 지배주주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한통이 특정기업에 넘어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등 상황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통이 특정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통신업계는 물론 재계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기업들이 이번 입찰에서 일정지분을 획득한 뒤 추후 계속되는 정부소유 한통주식매각에서 추가로 주식을 매집할 경우 한통 주인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반면, 지분인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경쟁 업체에 한통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공격과 방어를 겸해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편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단기 투자수익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경제연구소는 입찰예상 가격을 주당 7만3천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6일 오전 한통의 주가가 7만2천원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입찰에 참여하는 것보다 증시에서 매입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통측도 이번 입찰성공을 낙관하지 않고 있다.

한통의 관계자는 "이번 입찰물량이 전량 소화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남은 물량은 추후 일정을 잡아 다시 매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가 호전되고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좋아지면 재입찰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입찰에서 대기업들의 소극적 참여로 절반이하의 물량만이 매각되는 등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내년 6월말까지로 예정된 한통민영화 일정의 지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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