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팀이 일군 ‘우생순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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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성정초등학교 여자 핸드볼팀이 제41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의 감동 실화를 다룬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을 아십니까. 모든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그날의 감동을 우리가 재현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천안 성정초등학교(교장 조황영) 여자 핸드볼팀 선수들이 고사리 같은 여린 손으로 제41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했다. 혹자는 금메달도 아닌 은메달이 무슨 감동의 드라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교체 선수 한 명 없이 결승전까지 진출한 성정초 핸드볼팀의 투지는 금메달 보다 더 값진 메달로 평가 받고 있다.

축구나 야구처럼 프로리그가 있는 종목과는 달리 핸드볼은 비인기 종목인데다 단체 경기다 보니 항상 선수 수급이 문제가 된다. 성정초 역시 전체 선수 인원이 8명에 불과해 7명이 출전하고 나면 마땅히 교체 선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번 전국소년체전을 준비하면서도 훈련 보다는 선수들이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8강에만 진출해도 훌륭한 성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린 학생들의 불타는 투지는 결승 진출이라는 예상밖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조황영 교장도 선수들의 결승 진출 소식을 접한 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말할 정도다.

“겨우 엔트리를 맞출 정도의 선수밖에 없다 보니 아무리 힘들어도 교체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출전 할 때부터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죠. 하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나 봅니다. 매 경기마다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한팀, 한팀 이기고 결승전까지 올라가는데 순간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실제 성정초 핸드볼팀은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이번 전국소년체전 16강전에서 증평 삼보초와 만나 16대 8로 가볍게 8강에 진출했다. 또 경기 가능초와 맞붙은 8강전에서도 18대 8로 크게 이기며 4강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16강전과 8강전 모두 교체 한번 없이 경기를 치뤄야 했던 성정초 학생들은 준결승에서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경남 팔룡초와의 준결승에서 16대 15로 힘겹게 결승에 진출했지만 이미 체력이 고갈된 성정초 선수들은 인천 구월초와의 결승전에서 15대 23으로 패하며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조 교장은 “선수들은 결승에서 패한 뒤 많이 아쉬워했지만 금메달보다 더 값진 은메달이라고 격려해줬다. 고된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번 대회에서 교체 선수 없이 결승까지 진출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학교의 명성을 드높인 핸드볼팀 선수들이 앞으로 훌륭하게 성장해 대한민국의 명성을 드높이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주장 권민지 선수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도 대회가 많이 남아 있으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핸드볼팀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장 선생님과 선수들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돌봐주는 이성근 감독님, 지승현 코치님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성정초 여자 핸드볼팀 명단

권민지(주장·레프트백), 김금정(센터백), 김나영(피벗), 김예진(라이트윙), 박진희(골키퍼), 정영주(라이트백) 이상 6학년, 이진영(레프트윙), 김미정(라이트백) 이상 5학년

2012년도 성정초 여자 핸드볼팀 경기 전적

-제40회 충남소년체육대회 핸드볼 여초부 1위

-2012 협회장배 전국초등학교 핸드볼 선수권대회 여초부 8강

-제4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초부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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