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분양가 줄다리기…알짜 뉴타운 분양 '안개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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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조합원들의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감정평가를 2년 전에 했다. 그 땐 3.3㎡당 1500만원씩은 평가가 됐었는데, 주택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거래가 줄어들다 보니 지금 다시 평가할 경우엔 3.3㎡당 200만~300만원은 낮아질 것 같다. 줄어든 감정평가금액(인정 금액)만큼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늘게 되니 일반분양가를 높이자는 조합의 요구도 설득력은 있는 셈이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1구역 조합원)

“앞서 분양을 했던 왕십리뉴타운2구역도 일반분양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일반분양가를 지금(3.3㎡당 1800만원대 예상)보다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은 더 낮아지게 된다.” (1구역의 한 시공사 관계자)

서울시내 재개발 지역에서 조합과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분양가 적정선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뉴타운 물량 중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 왕십리 뉴타운 1구역은 분양일정을 계속 늦추고 있다. 늦어도 지난달에는 분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고됐지만 다시 6월로 연기된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말이다. 일반분양가를 놓고 조합과 건설사가 의견을 계속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왕십리1구역 일반분양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지난해 말 분양됐던 2구역의 분양 성적이다. ‘조합원의 부담금을 낮추기 위해서는 일반 분양가를 높여야 한다’는 조합과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반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건설사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당초 예정(2011년 3월)보다 분양일정이 무려 9개월이나 늦춰졌다.

결국 조합과 건설사는 3.3㎡당 평균 1940만원대로 분양가를 산정했으나, 일반물량 4개 주택형(495가구) 모두 대규모 미달사태를 맞았다.

일반분양 늦어지면서 금용비용 크게 늘어

여기에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감정평가액이 2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데다 일반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전용 84㎡형 이상의 중대형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2구역(84㎡ 이상 226가구)보다 많은 340가구라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구역이 3.3㎡당 분양가를 2구역보다 100만원 가량 낮춘 1800만원대에 분양하더라도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왕십리동 C공인 관계자는 “일반분양분의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대부분 7층 이하의 저층 물량이기 때문에 미분양 우려가 짙다”며 “예상되는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가구당 평균 7000만~8000만원)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 조합이나 시공사 어느 곳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분양 예정 시기는 7~8월이지만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2000만원 이상에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공사는 1800만원대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북아현동 D공인 관계자는 “북아현뉴타운 내에서도 가장 사업이 빠르지만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얼마일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가를 낮추는데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비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일부 재개발 사업지에선 시공사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건설사와 손을 잡고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지만 주택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막상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건설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공사가 계속 지연되거나 미분양이 생기면 조합원 뿐만 아니라 건설사 또한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춰서라도 조기에 분양을 마감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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