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차〉외 주말의 TV 토요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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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차 (EBS 밤 9시)

역마차내 인간군상 다룬 서부영화 백미

B급 영화를 떠돌던 존 웨인을 일약 할리우드의 일급배우로 키운 존 포드 감독의 걸작 서부영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하이눈' ,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셰인' 과 함께 대표적인 서부영화로 꼽힌다.

계곡의 광대함과 사회적 의미를 띤 역마차의 움직임을 번갈아 잡는 카메라워크가 뛰어나다. 화면이 감각적이면서도 절제돼 있다.

인디언으로 가득한 대평원, 그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역마차 한 대. 역마차 안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

아버지와 형을 죽인 원수를 찾아나선 탈옥수 링고 키드 (존 웨인) , 마을에서 쫓겨난 매춘부 댈러스 (클레어 트레버) , 면허를 박탈당한 알코올중독자 의사 조시어 분 (토머스 미첼) , 말 솜씨 좋은 사기 도박꾼 햇필드 (존 캐러딘) 등.

감옥에서 탈출한 링고 키드를 보안관이 주의 깊게 살피지만 정작 위험은 다른 곳에 도사리고 있다. 제로니모를 위시한 인디언 부족이 역마차를 공격한다. 등장 인물들은 거듭되는 위기 속에서 동료애를 느끼며 하나로 뭉친다.

서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공통의 상황 속으로 몰아넣는 존 포드 감독 특유의 연출솜씨가 돋보인다. 당시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을 여럿 만날 수 있는 이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후반이다.

39년작. 원제 : Stagecoach.★★★★★ (출처 : 믹 마틴 & 마샤 포터의 '비디오와 영화 가이드 2000' .만점★5개)

약속 (KBS2 밤 10시40분)

깡패와 여의사의 사랑

조직 폭력배 두목 공상두 (박신양) 를 사랑하게 된 여의사 채희주 (전도연) 의 운명적인 사랑을 담은 멜로물. 통상 흥행 보증수표로 인식돼 온 멜로 영화의 전형으로 98년 비수기 때 개봉했는데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도연은 이 영화에서 '접속' (97년작)에서의 순수한 이미지나 '해피엔드' (99년작)에서 보여준 과감한 노출과는 달리 가녀린 여성을 연기해 눈길을 끈다.

채희주가 공상두를 처음 만날 때 그는 부상을 입고 실려온 붕대 투성이 환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한 꺼풀씩 풀리는 붕대 속에 감춰진 그의 맑은 눈을 본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세계를 무너뜨리며 가까워진다.

그러나 두 사람 앞엔 이별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레트로액티브 (MBC 밤 11시10분)

시간역행의 묘미 다룬 스릴러물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어느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 영화는 20분 전의 가까운 과거로 여러 번 돌아가 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참극을 막아보려 애쓰는 범죄 심리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 텍사스주 도로에서 시공을 초월해 벌어지는 시간역행이라는 상황 설정은 '백 투 더 퓨처' 류의 영화를 통해 이미 익숙한 소재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 부인을 구하려는 심리학자에게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다.

시나리오가 조금 다듬어지지 않은 면이 있지만 저예산 영화의 약점을 극복해낸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 97년 브뤼셀 국제팬터스틱영화제에서 은상을 받았다. 루이스 모르노 감독. 원제 : Retro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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