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담은 가족애' 김덕기 가족일기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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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1~12일 서울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는 '김덕기의 가족일기'전은 따스하고 소박한 한국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어린아이의 낙서나 가식없이 적어가는 수필같은 분위기의 그림들은 장욱진의 천진한 그림과 이철수의 따스한 판화를 함께 연상시킨다. 기교와 장식을 억제한 그림들은 별다른 해석과정이 필요없이 관객의 마음에 닿는다.

'무거운 눈꺼풀'같은 작품을 보자. 가로수와 집, 집으로 걸어들어간 발자국이 아래쪽에 조그맣게 그려져있고 화면 중앙은 부부와 잠든 아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부가 공유하고 있는 몸통은 커다란 항아리처럼 부풀었고 두 손은 인형 옆에서 잠든 아기를 감싸고 있다. 배경을 뒤덮고 있는 흐릿한 갈색도 따스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보탠다.

'고요한 달빛'을 보자. 어두운 밤이 까맣게 조각해 놓은 나무와 지붕위로 은은한 달빛이 떨어지고 있다. 뜰 아래 놀던 새들도 집으로 들어가고 바쁘게 움직이던 그네줄도 가지런히 서있다.

검게 채색된 집과 네모난 창에 노란 불빛이 은근하게 흘러나온다. 아가는 잠들고 식탁에는 촛불이 켜져 있나보다. 엷은 자줏빛의 배경은 이 집이 세속의 번잡함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느낌을 강조한다.

외딴 집은 위태롭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달빛과 창문의 노란 불빛이 상쇄해주고 있다. 화면에 일정한 덩어리의 면으로 채색된 먹은 이들의 평화가 가볍지 않고 힘과 뿌리를 갖춘 것임을 느끼게 한다.

단아하고 정돈된 듯한 분위기도 먹의 적절한 사용에서 온다. 표면처리는 건조하고 거칠게 해서 한지의 질감을 잘 살리고 있다. 빛 바랜듯한 이런 질감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꺼내보는 추억의 사진 같은 분위기를 내준다.

갤러리 사비나 이명옥 대표는 "김덕기는 차세대 한국화를 이끌어갈 인재로써 우리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작가"라고 말했다.

작가는 서울예술고와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중앙미술대전·동아미술대전 입선, MBC미술대전 특선 등을 했으며 이번이 4번째 개인전이다.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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