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마음 편하게' 경찰들,길에 쫙 늘어서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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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찰이 대통령 경호를 위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경인아라뱃길 개통식이 열린 지난 25일. 서울의 한 경찰서 A 경사는 개통식에 참석하는 이명박 대통령 경호 지원에 나갔다. 오전엔 경찰서 강당에서 지원 대상 경찰관을 상대로 ‘근무지침’을 전달받았다. “사복 입은 경찰관은 반드시 제복으로 갈아입고 나가야 합니다. ‘심기(心氣) 경호’라고 아시죠. VIP(대통령)에게 ‘길거리에 쫙 깔린 경찰에게 경호받는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는 상부 지시입니다.”

 A 경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경호하는 게 원칙이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VIP에 대한 의전과 격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고졸 취업행사 땐 경찰이 대통령이 지나가는 신촌 연세대 정문~세브란스병원 왕복 10차로를 30여 분간 부분 통제했다. 연세대 4학년 박모(23)씨는 “제복을 입은 경찰이 학교 앞에 깔려 무슨 일인가 싶었다”며 “대통령이 지날 때 경찰이 줄지어 늘어선 광경은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VIP 경호 방식이 달라졌다. 최근엔 ‘심기 경호’ 근무지침이 부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구체적으론 VIP 경호 시 ▶제복을 착용하도록 하고 ▶육교에 3명, 횡단보도에 4명 배치하는 식으로 경호 인력을 늘리고 ▶VIP 차량이 무조건 시내도로에서 시속 60㎞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가 일선 경찰서에 내려졌다.

 경찰 내부에선 이런 변화가 어청수(57) 청와대 경호처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어 처장은 역대 두 번째 경찰 출신 경호처장이다. 일선 경찰서 C 경정은 “어 처장이 VIP 동선을 직접 점검하며 경찰의 경호방식에 대한 변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기 경호= 전두환 정부 시절 장세동(76) 전 대통령 경호실장이 처음 만든 용어. ‘대통령 마음이 편안해야 국정도 잘 된다. 심기까지 경호하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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