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美 금리인하 눈치속 2차 랠리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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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주가는 무리한 산행에 다리가 풀린 모양과 흡사했다. 종합주가지수는 590선, 코스닥지수도 80선으로 밀려났다.

하락폭이 깊어 '이대로 주저앉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겠지만, 쉴 때도 됐다는 생각을 갖고 차분히 앞뒤 길을 둘러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껏 연초 랠리는 외국인이 앞장선 '유동성 장세' 였고, 외국인을 움직이게 한 단초는 미국의 금리인하였다. 이번주에도 외국인 움직임을 좌우할 '큰 행사' 가 기다리고 있다.

오는 31일(미국시간 30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추가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게 된다. 관심은 인하 폭이다.

미국 증시는 연초 1차 인하 때와 같이 0.5%포인트 내릴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미 주가에는 이같은 기대치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기대에 못미치는 0.25%포인트에 그칠 경우 미국 증시는 흔들리고 한국 증시를 향한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멈칫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다음달 이후에도 FRB의 금리인하는 계속될 것이란 점에서 충격의 파장이 길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 금리와 상관없이 외국인 매수 강도가 점차 약해질 것이란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외국인들이 유독 한국시장에 많이 몰렸던 이유는 지난해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는 '저가 매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우리 증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여 매력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또 하나 증시에 적잖이 영향을 줄 변수로 AIG의 현대투신 인수 향방이다. 우선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주 중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AIG가 아직 최종 입장을 보내오진 않았지만, 정부와 현대 관계자들의 움직임을 보면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외국인이 이끈 유동성 장세를 돌아보면 한 차례 가파른 상승만으로 끝났던 적이 거의 없다. 휴식을 취한 후 재차 상승했다.

고객예탁금은 여전히 9조원에 달한다. 최소한 직전 고점인 종합지수 620선을 다시 밟는 '쌍봉' 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주초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서둘러 주식을 처분하기보다 좀더 높은 가격에 팔 기회를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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