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프시 “시리아 무력 개입 검토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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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시리아 정부의 ‘훌라 학살’ 사태와 관련해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뎀프시 의장은 메모리얼 데이인 28일(현지시간) CNN· CBS 등과 한 연쇄 인터뷰에서 “시리아 문제에는 군사적 옵션(선택)이 심각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메모리얼 데이는 미국의 현충일이다. 뎀프시 의장은 “국제사회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강한 외교적 압력을 행사해 그를 물러나게 해야 한다”며 “하지만 군사력의 사용은 항상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시리아의 홈스주 훌라에서는 정부군의 발포로 어린이 49명과 여성 34명 등 모두 108명이 목숨을 잃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학살은 시리아에서 민중 봉기가 시작된 지 14개월 만에 일어난 최악의 유혈 사태다. 시리아 정부는 정부군의 행동이 아니라 반정부군이 저지른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엔 조사단은 알아사드 정권의 행위라고 규정했다.

 뎀프시 의장은 “지난 주말 시리아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끔찍하고 잔혹한 것”이라며 “내가 할 일은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집행하는 것이므로 결정만 이뤄진다면 언제든지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외교적 압력이 군사적 행동보다는 선행돼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시리아 정부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뎀프시 의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무력 사용은 항상 신중해야 하지만 시리아에서의 현 상황은 무력 개입이 필요할 만큼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사회가 반정부군을 지원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리비아식 모델을 시리아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부는 시리아의 상황이나 시나리오에 적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7일 ‘훌라 학살’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연 뒤 시리아 정부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시리아 정부를 지원해온 러시아도 이번엔 성명 채택에 참여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모든 학살 당사자에게 폭력을 중단하라고 거듭 강조한다”며 “폭력 행위를 자행한 자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군 최고 인사인 뎀프시 의장이 무력 개입을 경고하고 나섬에 따라 시리아 상황은 긴장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한편 프랑스·독일·영국·호주 등은 이날 자국 주재 시리아 대사나 사무소 대표 등 외교관들을 추방하겠다며 훌라 학살에 항의해 다른 나라들도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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