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디젤차 좋아하는지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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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나이토 겐지 한국닛산 사장이 ‘스티키 몬스터 랩’과의 콜래보레이션으로 새단장한 박스카 ‘큐브’ 옆에 서 있다. [사진 한국닛산자동차]

지난 24일 ‘2012 부산 모터쇼’ 프레스데이의 막이 오른 부산 해운대 벡스코 전시장. 참여 업체들은 주어진 17분의 언론 초청 콘퍼런스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BMW와 아우디는 각각 다니엘 헤니와 지진희라는 스타를 내세웠고, 현대자동차는 ‘블랙’을 컨셉트로 한 고급스러운 부스 인테리어로 관심을 끌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고급 정장과 화려한 넥타이로 한껏 예를 갖추고 언론을 맞았다. 이들 가운데 유독 반팔 라운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CEO가 있었다. 나이토 겐지(50·內藤賢司) 한국닛산 사장이다. 그는 아이패드를 들고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의 출품작들을 소개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생전 프레젠테이션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한국 시장의 트렌드가 작은 엔진과 디젤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했는데 우린 한국 고객들을 너무 몰랐어요. 우리(닛산)를 비롯한 일본 메이커는 가솔린 엔진과 프리미엄급에 대해 갖고 있던 집착을 바꾸지 못한 거죠. 독일 메이커들이 디젤과 작은 엔진을 주도하며 이런 시장 상황에 잘 대응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인의 선호가 디젤과 독일차로 더 쏠리게 됐죠. 여기에 ‘엔고’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도 한몫했습니다.”

 콘퍼런스 직후 만난 나이토 사장은 글로벌 판매 1위를 다투는 르노-닛산이 한국에서 판매가 저조한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또 한국 소비자에 대해 “다른 나라에 비해 지식이 풍부하고 세련된 눈을 갖고 있다”며 “요구사항 역시 복잡하고 섬세한 데다 차량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다”고 평했다.

 한국닛산의 부산모터쇼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이토 사장은 “닛산에 있어 이번 모터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장”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올 뉴 JX’와, 지난해 출시된 박스카 ‘큐브’의 콜래보레이션(협업) 제품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면모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올 뉴 JX’는 이번 모터쇼 기간 수입차 브랜드가 내놓은 유일한 아시아 최초 공개 모델이다. 나이토 사장은 “지금껏 3열 7인승은 주로 밴이나 트럭이었지만, JX가 럭셔리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도 이런 좌석 배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JX는 30~40대로 15세 미만의 아동을 가진, 삶의 가치를 주요하게 여기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지난해 출시돼 국내에서 지금껏 3000여 대가 팔린 ‘큐브’의 콜래보레이션 작품도 선보였다. 한국 디자이너 그룹 ‘스티키 몬스터 랩’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나이토 사장은 “데코레이션을 반영한 ‘콜래보레이션 큐브’를 통해 큐브가 어떻게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며 “여러 색상과 스토리를 통해 큐브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함으로써 역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토 사장은 하반기 미국 공장에서 들여오는 세단 알티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수혜를 직접 누리는 중형세단 알티마를 들여오면 올해 판매 목표(8000대)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키 몬스터 랩

디자이너 부창조·최림, 프로듀서 김나나, 피규어 디자이너 강인애와 황찬석, 마케팅 디렉터 여준영 6인으로 이루어진 창작 집단. CJ·대우건설·나이키 등의 국내외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으며, 특유의 위트와 신선함으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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