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닷컴기업 살생부 사이트 인기

중앙일보

입력

닷컴(dot.com) 기업의 향후 생존 여부를 알려주는 사이트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25세의 프로그래머 필립 캐플런이 운영하고 있는 이 사이트(http://www.f**kedcompany.com)에는 이미 실패한 닷컴 기업과 앞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큰 닷컴 기업의 명단이 올라와 있는데 상당한 정확도를 보이고 있어 닷컴 기업 종사자들이 두려움 속에 이 명단을 주시하고 있다.

`닷 폭탄''(dot-bombs)으로 불리고 있는 이 사이트에 오른 기업치고 망하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라는 것이 닷컴 업계 사람들의 전언이다.

자신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근무하고 있는 앤드루라고 만 밝힌 한 사람은 닷컴 업계 종사자 중 상당수가 "매일 이 사이트를 방문한다"면서 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유는 앞으로 어떤 닷컴 기업이 망할 지를 알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닷폭탄은 간결하고 명확하며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다면서 이 사이트를 통해서 협력업체의 파산소식을 먼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퍼드''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캐플런도 닷폭탄에 오른 기업 가운데 95% 정도가 망한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캐플런은 망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알아 맞히는 일종의 온라인 베팅게임이 인기를 끌 것이란 생각에 사이트를 구축했으나 이제는 파산가능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됐다면서 처음에는 재미삼아 시작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술집에서 닷컴 기업 종사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한 캐플런은 파산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정보를 기초로 닷폭탄을 만들고 있을 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단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사이트에 올리고 있을 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재미삼아 시작했다는 캐플런의 말과는 달리 닷폭탄은 이미 닷컴 업계의 살생부 역할은 물론 취업지원의 잣대로 활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언론까지도 의지하는 파산기업 전문 정보 사이트가 됐다는 것이 이날 모임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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