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에이스 평가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박찬호(28)가 美 야구전문지인 베이스볼 위클리(Baseball Weekly, 이하 BW)에 의해 투수로서는 최고 수준에 올랐음을 의미하는 에이스 칭호를 받은것은 박찬호 자신뿐만 아니라 한국의 야구팬들에게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공식적인 기관에 의한 평가는 아니지만(에이스라는 등급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은 없다), 최고 권위의 야구전문지로 평가받는 BA의 기자들과 편집인들이 선정한것이니 만큼 그 의의는 상당하다. 박찬호가 22세의 나이로 미 프로야구에 입문한지 7년, 풀타임 메이저리그 5년만에 얻어낸 쾌거다.

이번 에이스 선정은 몇가지 부분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의문부호(Question Marks)에서 에이스(Ace)로의 도약이다.

BA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발표했던 빅리그 투수평가에서 박찬호에게 아무런 등급도 주지 않고 그를 브렛 세이버하겐(보스턴 레드삭스), 이스마엘 발데스(당시 시카고 컵스), 데럴 카일(당시 콜로라도 로키스)등 9명과 함께 '의문부호(Question Marks)'로 분류하여 심각한 의문을 안고 있는 투수군으로 격하했었다. 13승11패, 방어율 5.23의 기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긴 했지만 지나친 평가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의문부호 등급의 치욕을 실력으로 극복하여 한시즌만에 당당히 에이스 자리를 차지했다.

둘째로는 전국구 스타로의 발돋움을 들 수 있다.

필자가 지난번 기사(1월11일자)에서 BW 편집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편집장 폴 화이트의 박찬호에 대한 높은 평가를 소개하면서 미국 야구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인지도가 높은 이 잡지의 박찬호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박의 이름을 미 전역의 야구팬들에게 널리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같다고 지적했듯이 미 동부지역에 본부를 둔 전국지 개념의 BW지의 계속된 애정은 미국 출신이 아닌 박이 LA 지역 스타에서 전국구 스타로 커 나가는데 플러스가 될 것이다.

셋째는 몸값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BW의 수퍼 에이스 및 에이스는 모두 13명. 이들중 지난해 연봉 순위로는 박찬호가 13위. 1,125,000달러의 바톨로 콜론(클리블랜드 인디언스)과 250,000달러의 팀 허드슨(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을 제외하면, 3,850,000달러(옵션 제외)를 받은 박찬호의 연봉이 가장 낮다. 최고는 15,714,286달러의 케빈 브라운(LA 다저스).

이러한 사실은 몸값 인플레 및 투수 고갈 시절에 프리에인전트를 1년 앞두고 있으며 에이스 칭호를 받은 투수 박의 올시즌 연봉 9,900,000달러가 터무니 없는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여기서 내년 시즌후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의 그의 가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BW는 박찬호에게 한가지 과제를 남겼다. BW는 코멘트에서 박에 대해 "다저스는 여러해 동안 박찬호가 확실한 정상급 투수로 성장하기를 고대했는데, 그 기다림이 이제 끝난것 같다(The Dodgers have been waiting years for Chan Ho Park to put it all together, and it looks like their wait finally is over)"라고 박찬호를 극찬했지만 ~인것 같다(looks like)라는 표현을 사용해 의심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BW는 박찬호가 99년 후반기부터 지난해까지 26승14패의 성적을 올린것을 에이스 인정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한번 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가 올시즌에도 지난시즌 수준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수퍼 에이스 반열 진입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박찬호가 올시즌에도 인상적인 활약으로 믿음을 주는 정상급 투수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며 미 전역에 그 명성을 떨침과 동시에 시즌 후 메이저리그 연봉사를 다시 쓰는 '사건'을 일으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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