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그리스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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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은 항상 세금을 회피하려고 한다. 세금을 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25일자 영국신문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크리스틴 라가르드(56·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말이다. 그리스는 탈세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라가르드의 말에는 그리스인이 세금을 회피하듯 IMF 등이 요구한 긴축 조치를 피하려 하지 말고 따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그리스인들이 아니다. 그들은 벌떼처럼 일어나 라가르드 총재와 그의 국적지인 프랑스를 맹렬히 공격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인터뷰에서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어린이들은 하루 두 시간밖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어린이들이 그리스인보다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많은 그리스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IMF는 그리스에 요구한 긴축 조치를 완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뒤 라가르드의 페이스북에는 수만 건의 반박 메시지가 붙었다. 한 그리스인은 “생활고로 자살한 그리스인 3000명의 유족과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100만 명의 그리스인에게 세금을 내라고 말해 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프리카를 식민 통치하면서 착취한 당신네 나라(프랑스) 사람들에게 그렇게 얘기해 보라”고도 했다. 그리스 정치인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당의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당수와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프랑스까지 공격당하자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27일 성명을 내고 “(라가르드의 발언이) 순진하고 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가르드는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그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리스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의 하나는 모든 이가 공정한 부담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특히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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