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회복탄력성』 출간한 디디에 플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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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플뢰는 “경쟁사회에서 여러 시련에 부딪히는 청소년들에게 좌절을 극복하는 내면의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중한 아이일수록 시련을 선사하고,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시켜라.” 프랑스 발달심리학 박사 디디에 플뢰(Didier Pleux)가 학부모들에게 당부하는 조언이다. 부모의 지나친 보호 때문에 요즘 청소년들이 심신이 나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폐해는 자살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고통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내용으로 최근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출간한 디디에 플뢰에게 e메일로 ‘마음의 근육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회복탄력성이란 돌발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적응하는 능력이다. 상처를 입어보지 않고,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는 학교 성적이 떨어지거나, 친구들의 비난, 혹은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좌절할 수 있다. 아이에게 늘 ‘Yes’만 하지 말고, ‘안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적절한 시련과 좌절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아이는 항상 즐겁거나 행복하지만은 않은 현실을 받아 들일 준비를 할 수 있다.”

- 그런 면역력과 내면의 힘을 어떻게 심어줘야 하나.

 “아이의 모든 욕구를 좌절시키고, 자율성을 무시하란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을 주면서도 ‘거짓말은 절대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식으로 훈육해 욕구가 거절되고 지연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운동·수학 같이 싫어하거나 잘 못하는 일도 시켜보자. 당장은 괴로워하겠지만 반복 학습을 통해 능숙해질 수 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도 그 고통을 이겨내고 뛰어넘는 힘을 발휘한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좋다’‘기쁘다’같은 칭찬이나 긍정적인 감정은 말하기 쉬운데, 부정적인 감정은 말하기 어렵다.

 “그런 생각 때문에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인식해버린다. 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란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아이가 사소한 일로 화를 낸다면 그 분노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주고, 부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벌을 줄 수도 있다. 벌은 행동에 상응하는 ‘결과’여야 한다. 식사 투정을 심하게 부렸다면 후식을 못 먹게 하는 식이다. 자신의 행동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단, 아이를 혼 낼 때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소리를 질러 말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 말하고 아이가 상황을 모면하려고 애교를 부려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반대로 아이가 노력했다면, 칭찬해주자. 결과와 상관없이 열심히 노력해서 고맙고 기쁘다고 말해줌으로써 아이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과 생각에 어디까지 관여해야 할까.

 “아이가 고민이 있거나 화가 나 있을 때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면서 감정에 공감한다. 아이가 가진 부정적인 생각 공식은 깨줄 필요도 있다. 어린이는 생각을 ‘만들어’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울고 떼를 써서 얻었다면 아이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울고 떼를 쓰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시험 성적이 나빠 부모가 꾸짖는다면 시험을 못 보면 부모님은 날 미워할거야’란 생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럴 땐 ‘엄마가 화를 내서 속상했겠구나. 네가 시험을 못 봐서가 아니라, 시험 전날에 놀았기 때문에 혼을 낸 거야. 공부와 상관없이 엄마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해준다.”

◆디디에 플뢰=21세기의 아이들은 행복의 조건을 갖췄지만 행복하지 않은 이 시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근육’ 즉 회복탄력성이라 고 주장한다. 이 같은 철학을 배경으로 『돌토 세대』『왕과같은 아이, 폭군과 같은 아이』『부모용 교육 매뉴얼』『더 잘할 수 있도록』 등을 집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글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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