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라? 동창이잖아" 순진한 한국 중년女 꼬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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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동창을 사칭해 한국 중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네바다주 한인 여성이 한국에서 체포 구속됐다.

한국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3일(한국시간) 미 시민권자인 J(41)씨를 10여 명의 여성을 상대로 2억원 이상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J씨는 2010년 10월 각급 학교 동창 동문들을 위한 웹사이트 '아이러브스쿨'에 '나 ○○○인데 △△△를 찾고 싶다'란 글을 남긴 사람들에게 '내가 △△△'라고 접근한 뒤 2~3개월간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신뢰를 쌓았다.

자신은 '시티은행 지점장'이며 남편이 장성 진급을 앞둔 미군 대령이라고 속인 J씨는 남편 몰래 관리한 5억여원의 관리를 부탁하며 이를 보내려면 한국에서 돈을 받은 기록이 있어야 하니 10~20%를 먼저 보내라고 요구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거액을 챙겼다.

이후 J씨는 연락을 끊었고 피해자들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다. 한국 경찰은 시민권자인 J씨 수사에 난항을 겪었지만 총영사관이 네바다주 경찰 셰리프국 등의 협조를 받아 은행 거래 기록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파악한 덕분에 실마리를 잡았다.

결국 J씨는 지난 달 한국에 입국한 뒤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면서 체포됐다.

LA총영사관 김종길 치안영사는 "일부 피해자는 금전적인 이익보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으며 친구의 어려움을 돕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J씨는 한국에서 여러 건의 사기범죄를 저지른 뒤 2003년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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