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심현화 "부담 떨치니 샷감 돌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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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혔던 뭔가가 뻥 뚫린 느낌이에요."

경기 직후 만난 심현화(요진건설)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승리가 확정되자 경기 내내 진지했던 얼굴에 밝은 웃음 꽃이 피었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털고 다시 도약할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심현화는 24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막을 올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첫 날 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이 날 64강에서 김세영(미래에셋)을 2홀을 남기고 4홀 차로 제쳤다.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 앞서가던 심현화는 전반 라운드에 세 홀을 따내고 두 홀을 내줘 1홀 앞섰다. 11번홀(파4)까지 2홀 차 우세. 하지만 김세영의 추격이 매서웠다. 김세영은 후반 들어 어프로치 샷감이 살아나면서 심현화를 압박했다. 그는 13번홀(파3)과 15번홀(파4)에서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홀에 더 가까이 공을 붙였다. 하지만 심현화는 13번 홀에서 13m짜리 먼 거리 퍼트를 성공시키며 비겼다. 15번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그린이 넘어간 위기 속에서 10m 거리의 웨지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 넣으며 김세영의 추격을 뿌리쳤다. 김세영은 두 홀에서 승기를 잡고도 심현화의 기세에 눌려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후반에 3홀을 따낸 심현화는 두 홀을 남기고 여유 있는 승리를 확정했다.

심현화는 “오늘 퍼트와 어프로치 샷감이 매우 좋았다. 상대도 훌륭한 경기를 펼쳤지만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 있는 경기를 했더니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현화는 지난해 상금 순위 2위에 올랐지만 올 시즌 성적표는 초라하다. 그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공동 50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우승을 했기에 더 충격적인 성적표였다. 이 후에도 부진했다. 심현화는 이데일리-리바트 레이디스 오픈과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이어 컷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동계 훈련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백스윙 시 코킹 타이밍을 교정했는데 샷 리듬이 맞지 않았다”며 “샷이 안 되니 쇼트 게임과 퍼트까지 안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날 마음을 다 잡았다. 매 홀마다 그를 괴롭혔던 샷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니 경기가 잘 풀렸다. 심현화는 “지난주 경기에서는 티 샷을 하고 걸어가면서 다음 플레이를 생각해야 하는데 다음 홀 티샷 걱정을 먼저 했다. 이런 생각이 모든 플레이를 망쳤었는데 오늘은 샷에 대한 걱정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가능성을 발견했다. 내일 경기에서도 편안한 마음을 갖고 경기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보기를 안 하도록 실수 없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했다.

심현화는 25일 열리는 32강 전에서 홍란(메리츠금융)과 16강 진출을 다툰다.

춘천=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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