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갔던 미국 제조업체들…일자리 들고 고향으로 U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의 가전업체 월풀은 지난해 9월 중국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에 있던 믹서 생산라인을 미국 오하이오주 그린빌로 이전했다. 저임금을 노리고 2005년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지 6년 만에 미국으로 ‘유턴(U-turn)’한 것이다. 이에 따라 25개의 일자리가 미국에 새로 생겼다. 멕시코로 진출했던 오티스 엘리베이터도 생산라인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옮겨 오면서 36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3일 월풀과 오티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중국·멕시코 등지로 빠져나갔던 미국 제조업체들이 다시 귀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대열에는 제너럴일레트릭(GE)·포드모터·캐터필러·매스터록 등 미국 업체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한 비영리기구의 추정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미국 유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창출된 일자리는 최근 몇 년간 2만5000개가 넘는다.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지역사회에서는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상당히 고무돼 있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35%나 줄어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자리가 되살아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변화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월 밀워키주의 매스터록 공장을 방문해 공장 유턴으로 1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데 대해 감사 표시까지 했다.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는 제조업 일자리 창출공약을 내건 상태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유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중국·멕시코 등 해외의 생산여건이 이전보다 악화됐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급속한 임금 인상으로 저임금의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월풀의 그린빌 공장의 경우 생산직 노동자의 시급(12.4∼16.5달러)은 중국 동부 지역 공장(3.4∼3.5달러)보다 높지만 미국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생산량은 중국 노동자의 세 배나 되기 때문에 임금 격차를 감내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도 유턴 기업엔 매력이다. 고유가도 영향을 끼쳤다. 기름값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바람에 해외에서 구매할 경우 선박 운임이 비싸 미국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해졌다는 기업도 많다. 게다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기업의 유턴을 유혹하는 요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