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봉지에 담아 밀반출한 160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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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필리핀 노동자 K씨(25)는 올 초 만난 필리핀인 L씨(58)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5000원만 주면 고향으로 월급을 송금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은행에서 송금할 때마다 내는 수수료(약 3만원)보다 훨씬 쌌다. K씨는 L씨에게 300만원을 건넸다.

 L씨는 K씨 등 10여 명에게서 받은 돈 3500만원을 서울 이태원동 환전소에서 100달러짜리 지폐 300장으로 바꿨다. 그리고 이를 30장씩 접어 라면 봉지 10개에 넣었다. L씨는 이렇게 라면으로 ‘둔갑시킨’ 돈을 M씨(29) 등을 통해 비행기에 태워 필리핀으로 보냈다. 경찰 조사 결과 L씨는 2004년부터 이런 방식으로 총 2만5000명에게 송금 의뢰받은 돈 160억원어치를 필리핀으로 밀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수수료·환전 차익 13억5000만원을 챙겼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달러화를 라면 봉지에 넣어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L씨를 구속하고 M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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