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유리 신청사, 빛바랜 구청사 … 뭔가 어색한 동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시 구청사(본관동·앞쪽 건물)를 가리고 있던 가림막이 24일 완전히 걷힌다. 신청사 입주는 오는 10월이다. [최승식 기자]

오는 10월 입주하는 서울시청 신청사(신관동)가 3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건축 방식과 외관·업무 효율성 등 갖가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 시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벽에 사용된 7000여 개 유리의 특성과 다소 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물 디자인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24일 구청사(본관동)를 가리고 있던 아트펜스가 철거되면 서울의 랜드마크 건물을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2989억원을 들여 2008년부터 공사가 진행된 이후 처음으로 신·구청사가 완전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서울시청 근처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박정남(39)씨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도 공공기관 건물을 번쩍번쩍거리는 유리 건물로 짓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신청사가 유리 건물이지만 열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청사를 밖에서 보면 곧장 사무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업무공간은 내벽 뒤에 위치한다. 유리벽 내부에 평균 두께 6.3㎝가량의 내벽이 설치돼 있어 더운 공기와 냉기가 차단된다는 것이다. 상당 부분 복도로 쓰이는 외벽과 내벽 사이에 10~15m의 빈 공간이 있어 외부 공기가 들어오더라도 지붕에 뚫린 공간으로 빠져나가게 된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이정휴 공공사업 부장은 “열 효율이 낮은 일반 유리와는 달리 미국산 삼중 로 이(Triple Low E)를 썼다”며 “이 특수유리는 표면을 세 번 코팅해 햇빛은 투과하면서 열과 냉기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미국산 유리 6000여 장을 포함해 총 7148개의 유리가 사용됐다. 유리는 가격이 모두 다른데, 서울광장 방향으로 설치된 삼각형 모양의 미국산 유리는 1㎡당 가격이 평균 26만원가량이다.

 외관도 논란거리다. 강석후 서울시건축사협회장은 “신청사는 20세기 초반 유럽 표현주의 건축물을 보는 것 같고 너무 ‘나 잘났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반면 신혜경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장은 “유리·철골 구조는 현재의 건축 트렌드를 잘 반영 했다”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구청사 철거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며 신·구 청사의 부조화를 지적했다. 신청사를 설계한 유걸 아이아크 대표는 “충분히 조화를 감안해 마치 파도가 치는 것 같은 디자인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다. 신청사가 덕수궁에 그림자를 지운다는 문화재청 주장으로 애초 설계보다 높이(21→13층)가 낮아진 데다 화려한 디자인을 고집하면서 실용성을 놓쳤다는 점 때문이다. 신청사에는 서울시 본청 공무원 4000여 명 중 45%만 들어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