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시어지(Concierge)는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각종 여행 정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최근 95세의 노인을 도와 35년 만에 가족 상봉을 주선한 컨시어지가 있어 화제다.
서울 신라호텔 컨시어지 문희경(30·사진)씨는 지난 2월 말 호텔 고객으로 찾아온 이성우(95)씨로부터 “가족 찾는 걸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단서는 35년 전 주소라며 가져온 낡은 우편봉투가 전부였다. 이씨는 가정형편상 7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때부턴 일본에서 머물며 돈을 벌다보니 자연스레 국내의 친지와는 소식이 끊어졌다. 이씨의 가족들도 형편상 고향을 떠난 듯했다. 문씨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100세를 눈앞에 둔 노인의 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경찰의 도움을 구했다. 하지만 “가족관계를 밝힐 수 있는 서류가 있어야 하고, 설령 서류가 있어도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결국 우편봉투에 희미하게 남은 소인을 근거로 전북 고창군 내 우체국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수십 통의 전화를 돌린 덕에 이씨의 가족을 잘 안다는 한 우체국 직원과 연락이 닿았다. 이씨의 동생과 친지들이 곧바로 호텔로 찾아왔고 이내 호텔 로비는 울음바다가 됐다.
어려운 부탁을 들어준 문씨에게 이씨의 가족들은 상봉 직후 e-메일로 감사를 표했다. 문씨는 “하루에도 수백 건이 넘는 고객 응대에 바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서비스를 제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