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의 가족 상봉 주선한 호텔리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컨시어지(Concierge)는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각종 여행 정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최근 95세의 노인을 도와 35년 만에 가족 상봉을 주선한 컨시어지가 있어 화제다.

 서울 신라호텔 컨시어지 문희경(30·사진)씨는 지난 2월 말 호텔 고객으로 찾아온 이성우(95)씨로부터 “가족 찾는 걸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단서는 35년 전 주소라며 가져온 낡은 우편봉투가 전부였다. 이씨는 가정형편상 7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때부턴 일본에서 머물며 돈을 벌다보니 자연스레 국내의 친지와는 소식이 끊어졌다. 이씨의 가족들도 형편상 고향을 떠난 듯했다. 문씨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100세를 눈앞에 둔 노인의 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경찰의 도움을 구했다. 하지만 “가족관계를 밝힐 수 있는 서류가 있어야 하고, 설령 서류가 있어도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결국 우편봉투에 희미하게 남은 소인을 근거로 전북 고창군 내 우체국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수십 통의 전화를 돌린 덕에 이씨의 가족을 잘 안다는 한 우체국 직원과 연락이 닿았다. 이씨의 동생과 친지들이 곧바로 호텔로 찾아왔고 이내 호텔 로비는 울음바다가 됐다.

 어려운 부탁을 들어준 문씨에게 이씨의 가족들은 상봉 직후 e-메일로 감사를 표했다. 문씨는 “하루에도 수백 건이 넘는 고객 응대에 바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서비스를 제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