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기 대응 능력 충분하다더니 … OECD, 성장률 전망 3.5 → 3.3%로 낮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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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은 신속하고 유효한 정부 대응, 수출 증가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글로벌 위기가 재발하더라도 한국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4월 26일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의 경기 침체 이후 세계 무역량 증가로 수출이 반등하면서 성장률이 조금씩 높아질 전망이다.”(5월 22일 OECD 경제전망 중 한국 부분)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던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의 거시경제 성적을 높이 평가했다. 22일 발표된 OECD 경제전망에서도 대체로 한국을 호평했다. 지금의 경제 부진은 일시적인 경기침체(soft patch)로 봤다.

 그런데도 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다시 한번 끌어내렸다. 올해 한국 성장률을 3.3%로 낮춰 잡았다. 이는 지난해 말 한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 수정치(3.7%)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3.5%) 등 주요 분석기관의 전망 중 가장 낮은 수치다. OECD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5월 4.5%로 전망했다가 그해 11월 3.8%로 내렸고, 지난달 한국경제보고서를 내면서 다시 3.5%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봤다. OECD는 “수출이 좋아지면서 내수도 살아나 내년 성장률 4%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이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하고 있다.

 OECD가 한국 경제에 대해 ‘말의 성찬(盛饌)’을 쏟아놓고 왜 성장률 전망은 3%대 초반까지 내렸을까. 기획재정부 당국자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정관 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유럽 위기로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 데다 올해 국제유가 전망을 10% 정도 높여 잡은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OECD는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유로존 위기 악화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유가 상승을 꼽았다.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도 다소 우울해졌다. 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4%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엔 유럽 재정위기가 무질서한 국가 부도(disorderly default) 같은 심각한 악재로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3.4%를 얘기했다. 당시엔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시나리오별로 수치를 따로 내놓았다. 무질서한 국가 부도, 과도한 재정 긴축, 금융기관의 연쇄적 파산 등 하방 위험이 현실화되는 비관적 시나리오는 2.1%, 유럽이 신뢰성 있는 해결 방안을 내놓아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유로존 밖으로 위기가 전염되지 않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4.0%였다.

 이번에는 아예 유로존 위기를 막기 위한 정책 처방이 충분하다고 가정했다. 유가가 안정되고 미국의 재정건전화 노력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것도 가정에 포함됐다. 이런 가정은 지난해 OECD가 발표했던 낙관적 시나리오와 비슷하다. 사실상 더 비관적으로 세계 경제를 보고 있는 셈이다.

 OECD는 “유로존 위기가 현재 세계경제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하방 위험”이라고 했다. 올해 미국 경제는 지난해 11월 전망치(2.0%)보다 좋은 2.4%로, 유로존은 당초(0.2%)보다 나쁜 -0.1%로 예상했다. 중국 성장률도 8.5%에서 8.2%로 소폭 낮췄다. OECD는 “한국의 가계 부채가 지난해 가계 소득의 135%에 달했다”며 “경기가 좋아져 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채 탓에 이자 부담이 커져) 민간 소비가 많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OECD 경제 전망(Economic Outlook)

OECD는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와 별도로 약 2년 주기로 회원국의 경제동향과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고 정책 권고를 하는 국가별 검토보고서를 발표한다. 지난달 OECD가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가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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