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수의 싱가포르뷰] ‘천연자원+인프라’ 인도네시아는 기회의 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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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해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액이 445억 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서도 해외자원 개발 투자가 2010년보다 배 가까이 늘면서 호주·캐나다·캄보디아 등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지난 몇 년간 세계 경기 침체에도 천연자원 전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해외 자원에 대한 왕성한 식욕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유의 경우 중국은 이미 자국 소비의 5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0~20년 내에 수입 의존도가 75~8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현재의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이를 통해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해외 에너지가 공급돼야 한다. 그래서 중국 지도자에게 해외 천연자원 확보는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총 207건, 50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를 했다.

중국의 자원 확보는 정부와 국영은행, 국영기업의 체계적인 연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막대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국영기업과 국영은행이 해외 투자를 진행하는 데 절대적인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로 투자를 하는 국영기업이 국영은행과 연계해 자원 보유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대규모 대출을 지원하기도 하고 현금 대신 자원 실물이나 채굴권으로 대출 상환을 받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각국 정부와 기업에 빌려주거나 투자했다. 중국은 현재 아프리카 최대의 해외 투자자이자 무역 파트너다. 세계 최대의 석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모잠비크는 중국에 수출하는 천연자원 매출이 2020년에는 국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육박할 것이라고까지 한다.

여기에 중국보다 천연자원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더 높은 인도, 엔고를 앞세워 적극적인 해외 자산 투자에 나선 일본 등이 중국과 경쟁하며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 물리적인 외교 마찰을 일으킬 조짐까지 보인다.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중국과 필리핀 간의 영토분쟁이 대표적인 예다.

해외 천연자원 확보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천연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한국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경쟁 우위가 별로 없다.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전략적이고 선별적인 해외자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천연자원 투자와 수출입이 개별 국가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미얀마의 경우 천연가스 파이프가 태국과 중국에 새로 연결되면서 급격한 경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기간에 막대한 규모의 외화가 유입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통상적으로 천연자원의 수출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외형적인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는 있으나 인플레이션 증가, 빈부의 격차 확대, 균형된 산업 발전 저해 등 질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단순하게 천연자원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도네시아처럼 자원 판매를 통해 확보된 외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효율적인 경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국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홍수 KIARA 주식부문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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