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바자' 등 한 주를 여는 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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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e-road 로 통한다
- '일렉트로닉 바자'(로빈 블루어 지음, 형선호 옮김, 한길사 펴냄)

닷컴 기업들이 감원 감봉 등 살아남기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가운데, 닷컴 비즈니스에 대한 낙관적 희망을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변화하는 현실을 확인하고 예정된 미래의 수순을 예측합니다. 재도약을 꿈꾸는 닷컴 비즈니스맨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이 쓰여진 목적이랍니다.

현장의 체험과 사례 중심의 자료들이 생생한 이 책의 지은이는 '닷컴 거품설' 등 부정적 안목을 버리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이라 강조합니다. 또 '구더기 안 생긴다는 보장이 있어야 장을 담그겠다'는 유보적인 자세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망의 길로 접어든 기업과 개인의 자세일 뿐이라고 합니다.

■화가 장욱진의 그림과 삶에 대한 보고서
- '장욱진 카탈로그 레조네'(이지상 지음, 학고재 펴냄)

화가 장욱진의 그림을 미술사적으로 정리한 '입체적인 도록'이 나왔습니다. 그가 남긴 721점의 유화 작품을 연대별로 분류해 수록하고 그 작품마다 분류번호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분류번호만 매긴 것이 아닙니다. 그 작품과 연관된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지요.

일반인에게는 '해설을 곁들인 감상'을 돕는 책이 될 것이고, 전문 연구자들에게는 서지적 정보를 줄 수 있는 자료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한 마디로 화가 장욱진과 관련된 삶과 작품에 관한 총체적 조망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장욱진 10주기에 맞춰 펴낸 이 책은 제작비 만 5천만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당신들은 미국에 속아 온 거야"
- '오만한 제국-미국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당대 펴냄)

미국의 좌파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 보스턴대 명예교수가 기존의 미국사를 기만의 역사라고 풀어 쓴 책이 한글로 옮겨졌습니다. 60년대 베트남전 반대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진 교수는 이미 '미국민중의 역사'(일월서각 펴냄, 86년)에서도 미국 역사 서술의 기준 가운데 하나였던 객관성을 부정하며 국내 독자들에게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역사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지은이는 미국에 대한 '위대한 착각'을 깨뜨릴 수 있는 힘을 이 책에서 찾아냅니다. "폭력 없는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폭력이 아니라 '비폭력적' 직접 행동"이라고 강조합니다.

■과학과 종교는 손잡을 수 있을까
- '신, 인간 그리고 과학'(한스 페터 뒤르 외 지음, 여상훈 옮김, 시유시 펴냄)

종교와 과학의 화해는 과연 가능한가. 서양의 과학과 신학계에서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물리, 생물, 신학, 철학 등을 전공한 독일어권의 다섯명의 석학들이 우주와 생명의 기원, 인간의 정신, 신의 존재라는 주제를 놓고 나눈 대화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독일 바이에른 방송이 주관한 4부작 특집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과학과 신학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20세기 자연과학의 성과인 양자물리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양자물리학은 과학 뿐 아니라 세계관에 있어서의 변화를 일궈낸 바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난 이게 똑바로 선 거라구"

- '기울어진 아이'(베누아 페터즈 글, 프랑수아 스퀴텐 그림, 정장진 옮김, 교보문고 펴냄)

겨울방학과 수십년 만의 강 추위 등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집안에서 꼼짝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 만한 그림책 한 권입니다. 지구 위의 어디에서도 똑바로 설 수 없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만화 책입니다.

그 아이는 우연히 놀이기구를 타다가 다른 행성의 중력을 받게 돼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소녀를 "어디를 가나 튈려고만 하는 아이"로 취급하고 마침내 '왕따'를 만들어버리는 것이지요. 소녀는 자신을 지배하는 행성을 찾아 우주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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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렉트로닉 바자'(로빈 블루어 지음, 형선호 옮김, 한길사 펴냄)
* '장욱진 카탈로그 레조네'(이지상 지음, 학고재 펴냄)
* '오만한 제국-미국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당대 펴냄)
* '신, 인간 그리고 과학'(한스 페터 뒤르 외 지음, 여상훈 옮김, 시유시 펴냄)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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