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자코메티 … 김찬경, 수백억대 미술품 9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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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화가(Le Peintre)’ 시리즈 중 하나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림은 피카소가 1963년 그렸던 ‘화가’.

회사 돈 470억원을 빼돌린 김찬경(56·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파블로 피카소와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 9점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작품의 행방을 쫓고 있다.

 20일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회장은 피카소의 ‘화가(Le Peintre)’와 작품명 미상의 자코메티 조각품 등 총 9점의 작품을 구입했다.

피카소(약 1246억원)와 자코메티(약 1220억원)의 작품은 역대 경매 사상 각각 2, 3위로 비싼 가격에 팔렸다. ‘화가’는 피카소가 노년 시절이었던 1963, 67년 등에 같은 이름으로 여러 차례 그린 작품이다. 대부분 수십억원대를 호가한다고 한다. 이들 미술품은 미래저축은행이나 솔로몬저축은행의 자산 목록에는 기록돼 있지 않았다. 검찰은 일단 갤러리의 수장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보고 작품들의 소재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김 회장이 미술품 9점과 동생 명의의 건물을 담보로 잡고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450억여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지난해 8월부터 김씨에게서 미래저축은행 대출사례와 퇴출저지 로비 명목으로 고가의 미술품 등 10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김 회장은 이들 작품 외에도 은닉한 미술품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은 본관 2층에 미술관을 만들어 놓고 VIP에게 소장품을 은근히 자랑했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에서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그림 20여 점이 자산 목록에서 발견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박수근의 그림 ‘두 여인과 아이’ ‘노상의 여인들’ 등 3점, 김환기의 ‘무제’, 그리고 톰블리의 ‘볼세나’ 등 그림 5점을 담보로 하나캐피탈로부터 145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은 바 있다. 미술계에선 이들 5점의 담보 가치를 200억원 정도로 평가한다.

하나캐피탈은 지난 11일 뉴욕에서 담보로 잡았던 톰블리의 ‘볼세나’를 약 73억원에, 지난 3월 경매에서 박수근 화백의 ‘두 여인과 아이’과 ‘노상의 여인들’을 11억2000만원에 매각했다.

 이 그림들은 당초 서미갤러리가 갖고 있었다. 서미갤러리가 담보로 285억원을 대출받은 뒤 갚지 못하자 김 회장이 회사가 아닌 개인의 소유로 만들었다는 것이 사정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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