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반도체 호황 불구, PC판매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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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하이테크 시장에 대해 각기 다른 전망을 담고 있는 두 건의 보고서가 최근 동시에 발표돼 눈길을 끈다.

2000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총 판매액 2,050억 달러로 호황을 누렸다는 미 반도체산업협회의 보고서가 그 하나이고, 역시 같은 기간 중 PC 판매액이 1% 감소했다고 발표한 시장조사업체 PC 데이터의 보고서가 다른 하나다.

이들 보고서를 따로 놓고 보면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반도체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이를 사용하는 PC판매는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보고서가 제시하는 수치를 한데 모아보면, 이제 PC의 시대가 끝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도체 판매가 늘어난 것은 이동전화나 MP3플레이어, 개인휴대단말기(PDA)와 같이 특화한 장비들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그 덕택에 PC 판매감소로 인텔 (Intel.com)과 같은 제조업체가 부진을 보였음에도 지난 해 반도체 시장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인터넷-인프라 구축용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 역시 반도체 판매를 부추긴 한 요인이라고 반도체산업협회 보고서는 지적했다.

반면 PC의 경우, 전통적으로 컴퓨터를 위시한 모든 소매제품의 판매가 가장 활발한 12월 한달 동안 그 판매액이 전년 대비 24%나 줄어듦으로써, 연속 5개월 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PC 데이터의 기술상품 연구분석 담당 부사장인 스티븐 베이커는 한 자료에서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반짝 판매가 늘기도 했지만, 연휴 쇼핑기간 전체를 놓고 볼 때 판매를 부추길만한 요인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판매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는데, 예를 들어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우려감이나 PC 가격의 상승, 그리고 지난2-3년간 PC를 구매한 수백만의 소비자들이 업그레이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점 등"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반도체 시장은 작년 기록적인 한 해를 보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판매가 37.1%나 신장하여, 총 판매고 2,050억 달러라는 신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11월 한달의 경우 판매액이 일년 전142억4천만 달러에서 182억8천만 달러로 28.4%나 증가했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레만 브라더스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나일스는 인텔과 델(Dell.com) 주식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수요기반이 취약해졌다는 것이 그 이유. 나일스는 인텔 주식의 경우 12개월간 목표 주가수준을 과거 50달러에서 40달러로 낮췄으며, 주당 순이익 예상치도 종전의1.4달러에서1.3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델 주식의 경우 나일스의 12개월간 목표 주가수준은 30달러에서 23달러로, 주당 순이익 예상치는 1.1달러에서 1달러로 각각 하락했다.

한편 PC 제조업체들은 시장의 침체에 대응하여 생산 제품군을 다양화하려 시도하고있다. 이번 주 들어 인텔은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PC 제조업체 컴팩 (Compaq.com)은 이미 자사의 디지털 뮤직플레이어를 시장에 내놓고, 아이팩(Ipaq)이라는 휴대용 디지털 단말기와 함께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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